[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트럼프 계획엔 ‘북핵 용인’ 옵션도 있다, 플루토늄 생산량 더욱 늘려라”
평양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연말에 닷새 동안 당·정·군 간부 1000여 명이 참여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장장 1만자(字)가 넘는 만연체 결의문이 발표되었지만 상투적인 표현의 연속이다. 북한의 금년도 정책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 보는 것이 갑진년(甲辰年) 한반도 정세 전망에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김정은의 생각을 추정한 ‘김정은의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에 새해 북한의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는 위대한 전환의 해였다. 가장 큰 성과는 군사 정찰 위성 발사의 성공이다. 두 차례나 실패하여 체면을 구겼지만 러시아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성공했다. 아직은 공화국의 첨단 우주 항공 기술이 많이 미흡하다. 정찰 위성인 만리경-1호 촬영 사진의 해상도가 약해서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 세 차례 정도 군사 정찰 위성을 발사하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남측과 미국을 촬영할 수 있다. 남조선과 미제가 유엔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핵 용인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지난 연말 고체 연료를 사용하여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은 핵과 함께 대미 압박의 핵심 수단이다. 고각 발사를 하여 일본 홋카이도 북측 공해에 낙하하였지만 각도를 낮추면 태평양에 낙하할 것이다. 조만간 SLBM 발사가 가능한 핵추진잠수함도 진수해야 한다. 2021년 공언한 5대 첨단 무기가 모두 등장할 경우 그동안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서 이룩한 군사 강국이 허언이 아님을 과시할 수 있다.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최고의 외교 성과였다. 평양과 모스크바가 주고받을 것이 확실하니 회담의 성과가 적지 않았다. 탄약과 미사일을 실은 컨테이너 2000여 개를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선적한 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지각 대장 푸틴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역시 외교는 곳간 채운 나라가 승자다. 포탄과 미사일 요구하니 군수공장을 24시간 가동하라고 제2경제위원회에 지시했다. 일부 오래된 재고가 불발탄이라니 품질 개선도 신경 쓰라고 했다.
새해에는 남조선과 미제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미국 대선은 초미의 관심사다. 나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등에서 3번이나 만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지 매우 궁금하다. 그가 당선된다면 러시아를 등에 업고 빅딜도 시도할 수 있다.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밀당이 여의치 않아 노딜로 끝났다. 트럼프의 정책 보고서를 보니 북핵을 용인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 기대된다. 11월 미 대선 전까지 핵과 미사일로 위협 수준을 높여야 트럼프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선거운동을 할 것이므로 정교한 도발 캘린더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완공된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시운전을 마치면 플루토늄 생산량을 증가시키라고 했다. 북핵을 용인받고 대북 제재만 해제된다면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다.
남조선 역시 4월 총선이라 그냥 있을 수 없다. 평양이 남한 선거에 투표권은 없으나 선거 결과가 북남 관계에 큰 영향을 주니까 예의 주시해야 한다. 9·19 군사 합의는 휴지 조각이 되었으니 긴장은 불가피하다. 남한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의 ‘북풍(北風)’ 사태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나에게 보내는 미묘한 시그널 같다. 남측 대통령과 여권이 4월 총선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고자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인 것 같다.
하지만 대적(對敵) 관계를 선포한 남한은 보수든 진보든 다 똑같다. 평양이 야당 대표의 발언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방어용에서 공격용으로 바뀐 핵 무력을 동원해 남한 전(全) 영토를 평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더 이상 동족이 아니니 남한도 핵 공격 대상이다. 장·단거리 미사일 도발로 남측 민심이 뒤숭숭해지면 이 모든 게 서울에서 9·19 군사 합의를 파기해 벌어진 일이라고 선전하는 인지전(認知戰) 전략의 통전부 보고서도 올라왔다. 지난주 여동생 여정의 전·현직 대통령 갈라치기 남남 갈등 유도 전략은 효과적이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가짜 뉴스 등 유언비어를 확산시키고 과거 효과가 있던 무인기도 활용하라고 명령했다.
공화국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어렵다. 최근 남한의 통계청 자료를 보니 공화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이 3년 연속 감소하면서,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가 30배까지 벌어졌다. 연말 자화자찬식 경제 성과의 홍보와 함께 인민들에게는 미제의 제재 때문에 살기가 어렵다고 선전을 강화하였다. 지난해 여름 양강도 혜산에서 소고기를 내다 판 9명을 총살형에 처한 것은 불가피했다. 병든 소라도 생산수단을 도축해서 거래하는 것은 경제범이 아니라 정치범이니, 일벌백계할 수밖에 없다.
일부 반동분자가 공화국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문란한 행태를 보이는데,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사회안전성에 지시했다.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등 한류에 관심을 보이는 악질 행위는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엄벌을 지시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의 사상이 과거처럼 확고하지 못하니 2021년 제정한 청년교양보장법을 강력하게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청년동맹 등 젊은 세대에게, 모두 눈 덮인 백두산 천리행군을 할 것을 명령했다. 모기장을 촘촘히 쳐서 남한의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지 못하면 공화국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것이다. 공포정치가 필수적인 이유다.
딸아이 주애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남측의 안보 책임자는 물론 서방 언론도 군 최고 책임자들이 주애에게 바짝 엎드리는 사진을 보고 후계자로 격상되었다느니, 존칭이 달라졌다느니, 각종 평을 내놓는 것을 보니 외부 세계는 공화국을 모른다. 열두 살 여아(女兒)를 두고 후계자 운운하니 사회주의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발언도 이해하지 못한다. 4대 세습으로 김씨 왕조가 영원히 지속되니 면종복배(面從腹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전 전략을 남측이 알 리가 없다. 하긴 세습 체제는 유엔 회원국 중에서 우리가 유일하니 그럴 만도 하다. 올해도 주애는 부지런히 나와 함께 공식 석상에 나설 것이다. 주애가 출현해야 구글 검색 수가 올라간다니 자본주의 국가들은 중차대한 핵미사일보다는 우리 패밀리에 호기심이 많은가 보다. 싫지 않은 일이다.
올해도 격변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내부 단속에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국제 정세 역시 복잡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포성이 지구촌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러시아와 관계를 밀착했으니 중국을 끌어들여 북·중·러 3국 연대로 한·미·일에 대응하는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려는데 중국이 소극적이다. 외교는 타이밍인 만큼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될 때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니 흰머리가 많이 늘었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내 나이 벌써 불혹의 40세가 되었다. 선대 지도자들은 이 힘든 일을 지난 60여 년간 어떻게 수행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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