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달굴 청소년올림픽, 최고 기술로 全종목 석권하겠다”

평창=임보미 기자 2024. 1.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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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X게임’ 포기…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이채운
작년 세계선수권서 최연소 우승, 월드컵서도 두각… 세계랭킹 1위
“이제 시상대에 그냥 설 수 있다… 누구든 다 들어와라” 자신감 충만
1년 내내 눈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채운은 짧은 시간 한국에 머물 때도 눈밭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휘닉스 평창’에서 카메라 앞에 선 이채운은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 때는 하프파이프, 슬로프 스타일, 빅에어 등 세 종목 모두 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평창=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 세계에서 딱 8명만 받을 수 있는 초대장이 있다. 프리스타일 스노보더라면 누구나 꿈꾸는 ‘X게임’ 초대장이다. 이채운(18·수리고·사진)도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시작한 10세 때부터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주최하는 이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대회 초청장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올 시즌 드디어 꿈에 그리던 초대장이 도착했지만 이채운은 ‘참가할 수 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2024 강원 청소년 겨울 올림픽(19일 개회)과 대회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휘닉스 평창에서 새해를 앞두고 만난 이채운은 “당연히 아쉬웠다. ‘드디어 초대장을 받았는데 이걸 못 가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청소년 올림픽이 내게는 한국에서 치르는 첫 세계 대회다. 사람들이 아직 하프파이프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안방 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들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는 크게 ‘시간’을 다투는 알파인 부문과 ‘연기’로 승부를 가리는 프리스타일 부문으로 나뉜다. 프리스타일에 속하는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 위에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이채운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 최연소(16세 11개월)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남녀 스키·스노보드 선수가 세계선수권 정상을 차지한 건 이채운이 처음이었다. 이채운은 또 2023∼2024시즌에도 1차 월드컵 동메달, 2차 월드컵 때 은메달을 따면서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투백 1440’(양방향 4회전 연속 점프)을 앞세워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이채운은 월드컵 시즌 들어서는 현재 하프파이프 최고 기술로 평가받는 ‘트리플콕 1440’(회전축을 세 차례 바꿔가며 4회전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현재까지 실전에서 이 기술을 성공시킨 선수는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25·일본)와 이채운밖에 없다. 이채운은 “세계선수권 금메달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넘어질 것 같은 생각도 안 든다. ‘이제 포디움(시상대)에는 그냥 설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누구든 다 들어와라’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혼자만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이채운은 올 시즌부터 에너지 드링크 업체 ‘레드불’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가 레드불 후원을 받는다는 건 ‘월드 클래스’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우러러 봤던 히라노는 이제 함께 식사 약속을 잡는 친한 동료 사이가 됐다.

이채운은 이번 청소년 올림픽 때는 하프파이프뿐 아니라 슬로프 스타일, 빅에어까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슬로프 스타일은 각종 기물과 점프대를 설치한 슬로프 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고, 빅에어는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해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이채운은 “청소년 올림픽에서 1등을 놓칠 생각이 전혀 없다. 하던 것만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 충만하다. 동생들에게 멋있게 ‘참교육’ 좀 해야 한다”며 웃었다.

걸림돌이 있다면 ‘빡빡한 일정’이다. 3일 스위스로 출국한 이채운은 17∼20일 3차 월드컵에 나선다. 대회를 마치면 22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그날 오후에 바로 청소년 올림픽 슬로프스타일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이채운은 “청소년 올림픽과 일정이 겹쳐 4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시즌 1위 자리를 지키려면 3차 월드컵 우승으로 2위권과 점수 차를 최대한 벌려둬야 한다”고 했다. 자기 이름처럼 세계 최고 스노보더로 가는 이력서를 한 줄 한 줄 채워가고 있는 이채운은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이고 (시즌 랭킹 1위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도 꼭 받겠다”고 다짐했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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