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인플레이션은 이제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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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8.9%까지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제 3.1%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저히 완화되고 있다.
2021년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을 때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구구했다.
결국 물가급등세가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항구적 인플레이션 논리가 득세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공세적인 통화긴축을 통한 수요억제의 필요성이 전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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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8.9%까지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제 3.1%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저히 완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흐름이다. 2022년 7월 6.3%를 고점으로 지난해 7월에는 2.4%까지 떨어졌다. 이후 국제유가 반등 등 영향으로 3%대로 반등하긴 했지만 올해는 2%대로 다시 안정되고 연내 2% 목표치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금리인하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과연 인플레이션은 끝났을까. 2021년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을 때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구구했다. 주로 팬데믹 관련 공급차질이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급충격에 주목하면서 그로 인한 물가상승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이라는 '일시적 인플레이션' 시각이 부각됐지만 여기에 대규모 재정·통화부양책 등에 따른 수요충격에 초점을 맞춰 임금-물가 악순환, 인플레이션 기대붕괴 등과 맞물린 '항구적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시각이 대립했다. 결국 물가급등세가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항구적 인플레이션 논리가 득세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공세적인 통화긴축을 통한 수요억제의 필요성이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물가가 다시 빠르게 안정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성격, 또 전망과 관련해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물가안정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 여파로 지연되긴 했지만) 유가하락이나 공급차질 개선 등 공급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반면 통화긴축이 의도한 수요억제 효과는 물가안정에 그다지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와중에 경기여건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본래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긴축은 수요억제를 통해 경기를 냉각시키는 법이다. 물론 항구적 인플레이션 논자들은 물가불안 심리를 안정시킴으로써 경기에 큰 충격 없이 연착륙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신 통화긴축이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의 '길고 가변적인 시차'(6~18개월)를 감안하면 새해 실물경제 향방이 더 우려된다. 사실 일시적 인플레이션 시각에서는 공급개선발 물가안정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항구적 인플레이션 논리가 주도한 과잉긴축의 후유증이다. 다양한 공급차질 요인에 초점을 맞춘 세심한 물가관리 대신 그저 통화긴축에 치중한 탓에 점차 신용부실 악화 등의 경착륙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은행의 처방을 중세시대 유행한 '사혈(瀉血)요법'에 비유하기도 한다. '경제의 혈맥'인 돈(통화공급)을 줄이면 '경제 체온계'인 물가가 떨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오늘날 복잡해진 경제환경을 과거에 익숙한 중앙은행 위주의 논리로 접근해도 문제지만 2~3년에 걸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인플레이션의 동학이다. 여느 수요 중심의 일상적인 경기부침보다 각종 지정학적 갈등이나 산업 및 인구구조 변환 등과 맞물려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최근의 물가안정 조짐만으로 인플레이션이 끝났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먹구름이 자욱한 하늘 아래 별을 보며 항해하고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고백에 실로 고개가 숙여진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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