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사정없이 털렸다… 日지진현장에 무슨일이 [방구석 도쿄통신]
“돈 생각 나중에” 전품목 100엔에 파는 수퍼도
지진현장에 쏟아지는 온정의 손길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연재일 수요일보다 이틀 일찍 인사드립니다. 새해 벽두부터 일본 이시카와 노토반도 일대에 규모 7.6 강진이 들이닥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분일초마다 바뀌는 재해 뉴스 특성상, 하루라도 일찍 생생하고 최신의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불시에 찾아뵙게 됐습니다.
지난 1일 노토반도 지진 현장에 피난민들을 도우려는 온정(溫情)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6~7일 주말에 이어 8일(성인의날)까지 3일 연휴인데요. 이 기간 ‘자원봉사를 가겠다’는 문의가 이시카와현에 전국 각지로부터 쏟아지면서 지역 당국은 결국 창구를 일원화하기로 하고 6일 자원봉사 특설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현재 이시카와현에 자원봉사자 수용 센터가 마련된 건 가가시·스즈시·우치나다마치·노토초 등 네 곳입니다. 이중 실제 모집을 개시한 곳은 가가시 하나입니다. 이시카와현 내 도로 대부분이 아직 통제되고 있고, 피해 상황도 조사 중인데다, 여진과 건물 붕괴로 인한 안전 우려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가가시에선 시내에 거주하는 중학생 이상 시민만을 대상으로 6일 무너진 건물 잔해 정리와 피난소 시설 지원, 피난민 심리 상담 등 자원봉사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스즈시에선 시청 직원들이 전화를 일일이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자원봉사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합니다. 이시카와현 관계자는 “(자원봉사 희망자들의) 마음은 매우 고마우나 아직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인 마을이 대부분”이라며 “자원봉사 의사가 있다면 사이트에서 사전 등록을 해달라. 수용할 준비를 마치는 대로 연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원봉사 특설 사이트에 활동 가능 일정과 희망 지역을 적어내면 현 당국이 직접 매칭해 알려주겠다는 방식입니다. 이시카와현은 특히 여진의 위험과 관공서 직원들의 업무 마비를 우려하며 “개인이 독단적으로 현장에 가거나, 지자체에 무작정 전화를 거는 행동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지양해달라”고 전했습니다.
이시카와현 외에도 도야마현 히미시에서 자원봉사 사전 등록이 개시됐고, 니가타현은 이번 3일 연휴 자원봉사자 모집이 지난주 중순 일찍이 정원에 도달해 중도에 멈췄다고 하네요.
이번 지진의 피해가 심했던 이시카와 아나미즈마치에선 지난 1일 지진 직후 시내 자판기가 부서져 음료들이 모두 도난당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혼란을 틈탄 범죄무리의 악행이라며 비난이 쏟아졌으나, 일부 주민들이 피난소마다 식량을 나눠주기 위해 운영업체 측 허락을 맡고 행했던 것으로 후에 밝혀졌습니다.
온정의 손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4일 이시카와현 재해 지역을 지원하려 일본 전역에서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통한 기부와 모금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루사토 납세란, 자신이 원하는 지방 도시에 ‘고향세’를 납부하고 세액 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는 제도입니다. 한국에서 지난해 1월부로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원조격이죠.
그런데 지난 1일 노토반도 강진 이후 ‘답례품을 희망하지 않는다’면서까지 이시카와현 일대에 고향세를 지불하려는 이들이 쇄도하고 있다 합니다. 후루사토 납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전문 업체 ‘사토후루’는 지난 2일 ‘재해 긴급 지원 기부 사이트’를 별도 개설했습니다. 이시카와, 도야마현 등 이번 지진의 피해가 닿은 16개 도시에 대해 기부할 수 있는 곳인데요.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까지만 무려 1만건, 총 1억엔(약 9억원)의 기부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또다른 후루사토 납세 웹사이트 ‘후루사토 초이스’에는 같은 기간 1억7000만엔의 기부가 들어왔고요.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긴급지원 모금’ 플랫폼엔 7일 오후 4시까지 약 84만명이 15억엔 이상을 접수했습니다.
지역사회도 연대에 나섰습니다.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에 있는 유명 온천 여관 카가야(加賀屋)는 이번 지진으로 영업을 중단한 뒤 인근 피난소들에 이불과 같은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지진 이후 약 1400명이 몸을 피해 있는 나나오시 와쿠라소학교(초교) 등에 피난민 한 명당 하나씩의 이불이 배급됐다고 합니다. 현재 지진 현장 피난소들은 도로 통행금지 등 영향으로 외부 물자 보급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라 이러한 현내 민간업체들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여관 등 숙박업소가 이불 등 필수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나섰다면,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선 수퍼마켓 체인 ‘와이프라자’가 영업을 재개하면서 물건들을 하나당 100엔이란 싼값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직원들을 총투입, 전날 지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매장을 정리하고 상태가 좋은 식료품과 의류, 생활용품들을 추려 4일 아침에 개점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여진이 발생하면 즉각 대피할 수 있는 가설 공간도 내부에 마련했고요.
업체 측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이익을 올리는 건 나중에 생각해도 괜찮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카와현 내 피난소에 현재 상주하는 의사가 1명 안팎씩에 불과하다고 6일 보도했습니다. 전일본병원협회가 민간 급파한 의사·간호사들이 피난소를 돌아다니며 이들을 돕고 있다고 하는데요. 의료진들은 모두 불면불휴(不眠不休) 상태로 부상을 입은 피난민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식량뿐 아닌 의약품도 고갈돼 가는데다, 발열 환자를 격리시킬 시설도 부족해 추가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1월 8일, 평소보다 이틀 일찍 찾아 뵌 스무 번째 ‘방구석 도쿄통신’은 긴박한 노토반도 지진 현장에 조금이나마 퍼지고 있는 온정의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재해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생생한 소식들을 계속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18~19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성관계 동의맺고 하라”는 일본 新앱… 왜?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12/27/INLFZ2TZWVGINK3KCYB372NOLU/
택시는 외국인, 버스는 자율주행… ‘新교통’ 구축나선 日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1/03/C2DT3OD5SBFB5PZX44VS46W5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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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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