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위험한 정치인을 거르는 기준

송현주 2024. 1. 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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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권력의 속성과 관련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19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액턴 경(Lord Acton)의 명제다.

왜 그런가? 영국의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가 악명 높았던 독재자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권력은 애초에 부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정치로 끌어당긴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에 몰입한 사람은 곧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위험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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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권력의 속성과 관련해 가장 자주 인용되는 19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액턴 경(Lord Acton)의 명제다. 그의 통찰력에 더해 수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왔고, 우리의 경험과 직관 또한 그렇다. 그런데 질문은 남아있다. 왜 그런가? 영국의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가 악명 높았던 독재자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권력은 애초에 부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정치로 끌어당긴다. 이 진단이 정확하다면 권력을 얻으면 독재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가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중요한 문제가 된다. 올해는 우리나라 총선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등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선거가 몰려있기도 하다.

클라스가 말하는 권력을 추구하는 잠재적 독재자의 속성은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성향이라는 ‘어둠의 3요소(dark

triad)’다.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다. 나르시시즘은 오만과 자아도취에 빠져있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과도해서 자신의 업적을 과장한다. 사이코패스는 공감능력이 결여돼 있고 조작에 능수능란하며 공격성이 강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요소는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다. 직장에도 위아래 상관없이 꺼림칙한 사람들이 있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나 취미 동호회, 동창회나 향우회에도 이상하게 기분 나쁜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세가지 요소가 극단적으로 응축돼 있는 사람은 자그마한 권력으로도 여러 사람을 해칠 수 있다.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권력이 절대 그런 사람에게 넘어가서는 안 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더 큰 권력일수록 어둠의 요소가 강한 사람을 유혹한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한다. 불행하게도 나는 곧바로 한 사람을 떠올렸고 그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떠오르는 사람이 딱히 없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속임수에 능수능란하기 때문이다.

사실 마키아벨리즘과 나르시시즘은 비교적 눈에 잘 보인다. 그 자체로도 지극히 위험한 요소는 아니다. 공동체의 번영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비도덕적 선택도 불사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고 또 위대한 현실 정치인들도 대체로 그러했다. 나르시시즘은 그냥 어릿광대 놀음으로 이해해 줄 수 있다. 문제는 사이코패스 성향이다. 정치 지도자가 공감능력이 없고 눈에 거슬리는 건 모두 짓밟으려 한다면 공동체에게는 가장 큰 위험이 된다. 더군다나 사이코패스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에는 그 성향을 잘 숨긴다.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로 공직후보자의 뇌를 스캔해 보면 판별 가능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위험한 정치인을 감지하는 기준이 있다. 주관적이고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의 사이코패스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과학적 연구결과와도 부합한다. 자신의 경력 대부분을 정치에 맞춰 관리해 온 사람, 전문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쌓은 업적이 없는 사람, 정치를 권유받았을 때 처음에 거절하거나 고심한 흔적이 없는 사람 등등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에 몰입한 사람은 곧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위험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은 숨어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도 많다. 세대교체, 물갈이, 운동권 카르텔 해체, 검찰독재 타파 등등을 다 떠나서, 나는 정치에 안달이 난 사람보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 나온 사람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정치하기 싫었던 사람들이 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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