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삭발 감행 소회

김경희 2024. 1.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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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환갑을 지나 가만히 뒤돌아보니 장애자녀로 인해 내 청춘은 투쟁의 삶이었다.

딸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라는 것을 시모를 통해 알게 된 후 딸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강릉 오성학교 입학 후 학부모회 임원을 하면서 강원특수교육복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행동에도 나섰다.

그런 이유로 2014년부터 3년마다 공모사업으로 위·수탁받아 운영 중인 강릉장애인가족지원센터 내 사업 중 사례관리 및 상담, 그리고 돌봄사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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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희 한국장애인부모회 도지회 부회장

어느새 환갑을 지나 가만히 뒤돌아보니 장애자녀로 인해 내 청춘은 투쟁의 삶이었다. 딸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라는 것을 시모를 통해 알게 된 후 딸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강릉 오성학교 입학 후 학부모회 임원을 하면서 강원특수교육복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행동에도 나섰다. 그 기간 다섯 분의 교장선생님과 잦은 소통을 하며 그분들에게 교육 철학과 인생 경험을 배웠다.

교육부가 많은 예산을 들이는 특수교육 분야의 궁극적 목적은 자립이다. 그러나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왔을 때는 100명 중 두세명 정도만 자립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지역사회에서 누군가의 지원과 보호가 아니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2014년부터 3년마다 공모사업으로 위·수탁받아 운영 중인 강릉장애인가족지원센터 내 사업 중 사례관리 및 상담, 그리고 돌봄사업이 있다. 강릉시와 강원도 조례가 있지만 상위법인 장애인복지법 30조2에 나와 있는 사업에 근거한 장애인가족 휴식지원 사업이며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발달장애 성인 6명을 상시로 돌보면서 여태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했는데 지난해 담당 부서장이 방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돌봄 대상자를 지난해 말까지 분리조치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특단의 조치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니 ‘인건비 삭감과 시설폐쇄’라는 부서장의 답변을 시설장이 내게 전달했다. 그 말을 듣고 강릉시청에 찾아가 항의했다.

“나는 장애자식을 낳고 싶지 않았고 내 딸도 장애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한 부서장은 내 자식의 남은 인생을 책임지시라”고 항변했다. 장애인복지법 중 돌봄사업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해당 부서장의 얘기는 돌봄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며 상시로는 하고 있으니 간접돌봄을 하라는 이야기란다. 발달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누군가의 지원과 보호 없이 과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마치 경험해 본 듯 이야기한다. 굳이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복지법을 설명하지 않아도 장애라는 이유로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복지의 근간은 사랑과 배려, 존중인데 강릉시의 복지행정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나는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장애자녀를 둔 엄마로서 여태 한번도 하지 않았던 투쟁의 삭발을 감행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의 삶의 질이 떨어지면 복지의 대상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 지역 사회복지 행정은 일방적인 통보와 예산 삭감을 할 것이 아니라, 소통하면서 현장의 아우성을 듣고 행정에 반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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