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이었던 고우석 샌디에이고 계약, 이제 빅리그 마무리 도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은 고우석(26)은 ‘1박 4일’의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렇게 말했다.
고우석의 말처럼 샌디에이고와 계약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7시가 포스팅 협상 마감이었던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최종 제안을 받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3일 오후 급히 미국으로 출국했다.
고우석은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샌디에이고로 이동하는 비행 일정을 택했다. 그런데 미국으로 건너가는 비행기가 두 번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시간과 싸움’을 벌여야 했다. 간신히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뒤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구단 지정 병원으로 달려가 신체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 ‘OK’ 사인이 떨어지고 계약서에 사인했을때 시계를 보니 계약 마감시한 7분 전이었다.
큰일을 치른 고우석은 홈구장 펫코파크를 찾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마침 구장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샌디에이고 투수 다르빗슈 유와 조 머스그로브, 내야수 매니 마차도 등 팀 동료와 만나 미리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고우석은 “저보다는 계약을 추진한 에이전시 마음고생이 컸다”며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경쟁해야 하는 위치라 빅리거라고 말하기는 성급한 면이 있다”면서도 “몸을 잘 만들어 로스터에 들어가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친 고우석은 이제 빅리그 마무리투수를 노린다. 고우석이 활약할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팀 블론세이브가 28회로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1점 차 승부에선 9승 23패 승률 .281에 그쳤다. 뒷문이 불안하다 보니 경기 후반에 맥없이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설상가상 지난해 마무리를 맡았던 왼손 강속구 투수 조시 헤이더마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투수진 구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우석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뜻이다. 당장 마무리를 맡지 못하더라도 등판 기회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사령탑이 마이크 실트 감독이라는 점도 고우석에게는 호재다. 실트 감독은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오승환(삼성)을 주전 마무리 투수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바 있다. 한국인 투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실트 감독은 고우석을 ‘마무리 후보’라고 인정하면서 “상대 라인업 등에 맞춰 필요한 사정에 따라 불펜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샌디에이고는 일본 출신의 왼손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29)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일본프로야구 통산 236세이브를 기록한 마쓰이가 고우석보다 월등히 좋다. 하지만 누가 주전 마무리를 맡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실트 감독이 ‘유연한 불펜 활용’을 강조한 만큼 왼손인 마쓰이와 오른손 고우석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기용하는 방안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주전 마무리 투수를 떠나보낸 LG트윈스는 우완 구원투수 유영찬(27)을 일찌감치 새 마무리투수로 선택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3순위로 LG에 입단한 유영찬은 2022시즌까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단숨에 필승조에 합류한 뒤 67경기 등판 6승 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이 올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를 더 높이면 마무리 첫 시즌에 30세이브도 할 수 있다”며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인 멘탈 면에서는 코치진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낙점 이유를 설명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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