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가이드투어 어디 갔지?…외국인 관광객, 따로와서 ‘여기’ 간다

단체관광 일변도 벗어나 개발관광 증가
포포인츠 서울역·L7홍대 4성호텔 투숙
더현대 등 韓핫플 찾아가는 게 ‘트렌드’
올리브영·다이소·성수동 골목길도 인기

더현대 서울에서 쇼핑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 제공=현대백화점]

K드라마와 음악, 영화가 세계적 인기를 끌며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 행태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여행사를 낀 단체 여행 대신 젊은 층의 개별 관광(FIT)이 대세로 올라오는 것이다. 젊은 외국인 관광객은 비교적 저렴한 4성급 호텔에 머물며, 여의도 더현대서울, CJ올리브영 등 핫플레이스를 찾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서 보던 문화를 그대로 체험하고 싶은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4성급 호텔, 외국인 비중 90%

7일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지난해 10, 11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역과 명동의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91%를 기록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등 4성급 호텔을 찾는 외국인 고객은 FIT가 다수를 차지한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의 두 지점의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분기 7%에서, 지난해 1분기 55%까지 오르더니, 여행 성수기인 같은 해 10, 11월에 90%를 돌파한 것이다.

4성급 라인업에서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높아지는 건 여타 호텔에서도 관측된다. L7홍대와 L7명동 등 호텔롯데 4성급 브랜드에서는 최근 예약의 약 80%가 외국인이다. 특히, L7명동은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2022년 55%에서 지난해 90%까지 껑충 뛰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최근 L7명동에는 20대 여성 외국인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방문한 고객 비중이 30% 수준으로 파악된다. L7홍대는 막걸리 칵테일 총 2잔 제공하는 ‘시보리 K-칵테일 패키지’를 판매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투숙객 수요를 맞추고 있다.

L7홍대에서 ‘시보리 K-칵테일 패키지’를 구매한 투숙객이 제공받는 막걸리 칵테일. [사진 제공=호텔롯데]

‘솔로지옥’ 보고 왔어요…핫플 중심 관광

이처럼 최근 외국인 개별 여행객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국 콘텐츠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외국인도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서 드라마, 예능, 영화 등 K콘텐츠를 접한 관광객이 한국문화에 호기심이 생겨 방문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 ‘솔로지옥’을 촬영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에는 최근 외국인 팬들의 투숙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명동 본점에 방문한 외국인 고객이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신세계]

개별 여행객은 과거 단체 방문객과는 다른 관광 행태로 한국 유통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단체 여행을 다니면서 대기업 마스크팩을 무더기로 사는 관광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요즘 한국을 찾는 여행객은 더현대서울이나 잠실 롯데백화점 등 내국인에게 선호되는 ‘핫플’을 방문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여행가에 따르면 외국인이 최근 급증하는 장소로는 더현대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CJ올리브영, 다이소, 성수동 골목길 등이 있다.

주요 백화점 외국인 매출,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아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6.2배 늘었다. 해당 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55% 역신장하고, 2021년 17% 이상 빠졌지만,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불어났다. 이에 2023년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2019년보다 80% 증가했다. 본관과 명품 전문점 에비뉴엘, 월드타워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점이 외국인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작년 매출 1조원을 넘긴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가량 늘었다. 더현대 서울 방문 외국인 출신 국가는 70여개국에 달한다.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 헝가리, 칠레, 쿠웨이트 등 다국적의 고객이 백화점 내 각종 팝업 스토어와 맛집을 방문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은 K뷰티에 특히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대기업 브랜드가 인기였다면 최근엔 강소기업의 브랜드가 2030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말 잠실 롯데월드몰에 유통사 최초로 오픈한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올리브영 명동 타운’엔 일평균 3000명이 방문하는데, 이중 90%가 외국인이다. 이들은 뷰티 인플루언서의 채널에 등장한 한국 신생기업의 화장품 등에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