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순식간에 밀려와”… 한국 지진해일 안전지대 아니다

허시언 기자 2024. 1. 7. 2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지진 여파로 동해안 지진해일 발생
동해안도 지진해일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이번 지진 발판 삼아 안전지대 구축해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 1일 오후 4시 10분께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일본 기상청은 이시카와현을 포함해 야마가타 니가타 후쿠야마 후쿠이 효고현 등 동해를 접한 일본 북부 연안에 지진해일 경보도 발령했죠.

새해 첫날부터 일본을 강타한 지진 소식에 놀란 것도 잠시, 라노는 핸드폰으로 전송된 재난안전문자를 보고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한국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던 지진해일에 관한 문자가 와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일본 혼슈 인근 해역 지진으로 동해안가 해수면 변동이 예상되니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부산시의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됐어요.

지난 1일 일본 도야마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닥쳐 해수면 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해경이 강원 강릉시 강릉항 방파제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내습했습니다. 첫 지진 발생 후 1시간 50분 만인 오후 6시 1분께 강원도 강릉 남항진에서 가장 먼저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주변 해안으로 전파됐죠. 관측지점별 지진해일 최고 높이는 ▷남항진 28cm(오후 8시 8분) ▷속초 45cm(오후 8시 38분) ▷삼척시 임원 33cm(오후 9시) ▷경북 울진군 후포 66cm(오후 8시 42분) ▷묵호 85cm(오후 8시 35분)입니다. 지진해일의 여파는 하루가 지난 후에도 이어졌는데, 10cm 미만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에서 계속 관측됐죠.

지진해일의 높이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0cm는 성인의 발목 조금 위까지 차오르는 높이, 85cm는 성인의 허리 정도 높이입니다. 지진해일이 덮쳐도 물속을 헤쳐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일본에서는 20~30cm 높이 지진해일에 대해 ‘지진해일의 빠른 흐름에 사람이 움직이기 어려워 피난이 어려워지고 선박·어업시설에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50cm부터는 가옥의 1층이 침수되기 시작하고, 1m만 돼도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고 가옥은 전파·반파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죠.

지진해일은 높이가 낮아도 밀려들어오는 물의 양이 많아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닙니다. 바다의 바닥에서부터 물이 전체적으로 들어올려진 후 해안가를 덮치기 때문입니다. 마치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강타하고 지나가는 것과 같죠. 지진해일은 해안가에 도달한 후 물이 빠져나가는 데 10~20분 정도가 걸립니다. 속도도 엄청난데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속도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와 맞먹죠.

“어마어마한 속도로 들이닥쳐 오랜 시간 머무르다 빠져나가는 지진해일은 규모와 파괴력부터 달라요. 지진해일 경보가 울리면 즉시 고지대로 도망가야 합니다. 만약 고지대가 없다면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의 3층 이상으로 대피해야 해요. 목조건물이나 가건물은 지진해일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해일연구과장은 지진해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는 이미 도망치기에 늦은 것이기 때문에 지진해일 경보가 울리자마자 대피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지진해일 소식은 한국에서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는 일본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태평양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로부터 비교적으로 안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지진처럼 동해와 인접한 일본 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해일의 영향권에 들 수도 있습니다. 한국도 지진해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지진해일을 통해 확인된 것이죠.

부경대 김영석(환경지질과학전공) 교수는 동해안이 지진해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엄청난 규모의 지진해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큰 규모의 지진이냐에 따라 지진해일의 규모가 정해집니다. 동해안과 접해 있는 일본의 서쪽 해역은 동쪽 해역보다 지진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강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판의 고리는 일본의 동쪽을 따라 형성돼있어요. 서쪽은 동북아대지진 같은 강진이 올 가능성이 낮죠. 이번 지진처럼 일본의 서쪽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동해안을 위협할 수 있는 지진해일로부터 피해를 줄이려면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야 합니다. 지진해일 피해가 없었던 이번 지진을 발판 삼아 안전지대를 구축해야 하죠. 김 교수는 “해수면보다 높은 위치에 해변공원을 조성해 평소에는 공원으로 활용하고,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는 출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