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 ELS ‘위험도’ 높아졌는데도 한도 늘려 팔았다
수수료 수익 위해 판매 한도 증액
위기 반영 ‘한도 억제 규정’ 어겨
‘고위험 ELS 판매’ 성과지표 포함
영업점 해당 상품 실적 확대 유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일부 판매사가 수수료 수익을 위해 판매한도를 증액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12개 주요 판매사에 대해 현장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이달부터 홍콩H지수 ELS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8일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다.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분쟁민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민원 조사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분쟁민원에 대해서는 판매 원칙에 대한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할 방침”이라며 “형식적 요건 준수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12월 실시된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조사에서는 판매한도 관리 미흡 등 판매 관리체계상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일부 판매사는 2021년 초 홍콩증시의 위기 상황을 고려해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판매한도를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 판매사 자체 기준에 따라 판매한도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박충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KB국민은행의 경우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자체적으로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하겠다는 내부 규정이 있었다”며 “하지만 자체적으로 목표금액의 80%까지 한도를 끌어올려 판매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 판매 실적 등을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시켜 영업점에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도 확인됐다. 은행권 KPI에서 고위험 ELS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점수 비중은 30~40% 정도로 높았다. 이외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간 보관해야 하는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계약 관련 서류를 미보관한 사례도 발견됐다.
홍콩H지수 ELS는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의 급락에 따라 대규모 투자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15일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인데,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52.7%)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홍콩H지수 ELS는 은행에서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사에서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이 판매됐다. 17조7000억원(91.4%)이 개인 고객에게 판매됐으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게 5조4000억원(30.5%)이 판매됐다.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비중은 계좌 기준으로는 8만6000계좌로 전체의 21.6%를 차지했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의 비중은 계좌 기준으로 3만4000계좌로 8.6%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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