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시 ‘질식’ 막으려면 방연마스크, 젖은 수건…비닐봉지? [Q&A]

김희원 2024. 1. 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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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상자의 40% “대피 중” 질식 등 피해
방연마스크 없으면 ‘젖은 수건’ 대고 호흡
“비닐봉지 안전 검증 안 돼…젖은 천 없을 때만”
‘맞춤형 대피’ 강조 추세…스스로 대비가 최선

겨울철 잇따른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화재 시 대응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봉구, 지난 1일 경기 군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총 43명이었다. 사상 원인으로는 화상, 추락에 따른 두개골 골절 등도 있었으나 대피 중 연기와 유독가스에 질식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화재 시 인명피해는 불에 의한 화상보다 대피 중 연기나 유독가스를 마신 경우에 더 많다. 소방청이 2020∼2022년 집계한 화재 시 인명피해 유형별 구분에 따르면 사상자의 40.4%는 대피 중 피해를 입었다. 화재 진압 중이 19.5%,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14.4%, 구조 요청 중이 8.4%로 뒤를 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재 시 질식을 피하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7일 국립소방연구원 김수영 연구사와 문답을 통해 알아봤다.

Q. 화재 시 연기나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으려면?

A. 가장 좋은 방법은 가정용 방연마스크나 산소호흡기를 준비해 두었다가 비상시 사용하는 것이다. 방연마스크는 연기와 유독가스를 걸러주는 필터가 장착돼 있고 눈도 보호할 수 있다. 

방연마스크나 산소호흡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을 권장한다. 수건, 손수건, 옷 등을 물에 적셔 입과 코에 대고 낮은 자세로 탈출하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가 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을 막고 섬유조직 사이를 메운 물이 필터가 되어 유독가스를 걸러준다. 전문 필터가 아니어서 유독가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차단 효과가 있고 화재 현장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선책’이라고 말씀드린다.

Q. 비닐봉지는 어떤가?

A. 소방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젖은 수건까지 차선책으로 제시한다. 간혹 어린이 화재 예방 관련 책이나, 방송에서 ‘비닐봉지에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담아 코와 입을 대고 호흡하며 탈출하라’고 안내하는데 효과 검증 실험이 이뤄진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왜 어렵나?

A. 보통 크기의 비닐봉지로는 화재 시 안정적으로 호흡하며 대피할 만큼의 산소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봉지 내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정신이 혼미해져 오히려 판단력을 잃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은 긴장하면 호흡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봉지 속 산소가 더 빨리 고갈될 것이다. 연기와 유독가스가 가득한 곳을 단시간 피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Q. 용량이 큰 김장용 봉투를 뒤집어쓰고 목 부분을 감싸 탈출하라는 조언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A. 그것도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대피 시 비닐에 불이 붙으면 위험하고, 호흡할수록 봉투 안에 습기가 차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닐봉지를 활용한 대피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젖은 수건마저 구할 수 없는 긴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Q. 화재 시 인명피해를 줄이려면?

A.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3월 수원의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다른 집으로 번지지 않았고 40분 만에 꺼졌음에도 10층에 살던 주민이 대피 중 질식해 사망했다. 최근 도봉구 화재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도시 아파트 화재의 경우 대부분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소방차가 도착한다. 대문과 창문을 잘 닫으면 연기가 집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불이 난 집과 그 윗집은 대피가 필요하지만, 그 외는 문을 잠그고 집 안에서 대기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Q. 화재 시 대피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나?

A. 자기 집이 아닌 이상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주민들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아파트 화재의 경우 관리사무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리사무소가 급한 마음에 ‘불이 났으니 모두 대피하라’고 일괄 방송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을 파악한 뒤 ‘몇 층에서 불이 났으니 몇 층은 대피하고, 몇 층은 창문을 꼭 닫고 집안에 계시라’고 안내해야 한다. 소방청은 각 아파트 관리소장, 경비인력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대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Q. 개인은 어떻게 대비하나?

A. 지금까지는 화재 대피 요령을 일률적으로 교육했지만 사실 화재 현장에 정답은 없다. 화재의 양상과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내 집에서 불이 났을 때와 멀리에서 났을 때가 다르고, 젊은이, 어린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 등 사람에 따라 대피 속도가 다르다. 거주 형태, 층수, 방재시설 설치 여부에 따라서도 화재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개인이 평소 여러 화재 상황을 가정해 보고, 자기 집과 가족 구성원 상황에 맞는 맞춤형 피난안전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가장 좋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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