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 국방장관 사흘간 실종·2인자는 휴가중…오합지졸 광고한 미국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4. 1. 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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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국방 수술 후유증으로 1일 입원
4일 백악관 NSC에 보고
5일에야 언론에 알려
2개의 전쟁 와중 국방수장 공백 우려
美 바그다드 드론 공격 당시에도
부장관 해외 휴가중 업무 대행
오스틴 “모든 게 내 책임...정보 더 잘 전달할 것”
로이드 오스틴 美 국방장관 [사진 = AP 연합뉴스]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도 모르게 비밀리에 사흘간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밝혀져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수장이 공석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이 최근 긴급하지 않은 의료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지난 1일 저녁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잘 회복 중으로 오늘부터 모든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요한 경우 캐슬린 힉스 부장관이 항상 장관의 권한을 대행하고 행사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중환자실에서 나흘을 보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오스틴 장관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도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힉스 부장관이 휴가 중에도 국방부와 의사소통을 잘 유지하며 장관 업무 대행을 원활히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간 국방부 장관의 입원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미국에서는 정부나 군 고위 관계자가 입원하면 백악관에 보고하고 이른 시간 안에 관련 성명을 발표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4일에서야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오스틴 장관이 설리번 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사진 = EPA 연합뉴스]
오스틴 장관은 6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과 입원 이후 첫 통화를 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쾌유를 기원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정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은 오스틴 장관이 백악관 보고 없이 장기간 입원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올해 70세인 오스틴 장관은 입원 당일인 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회의에 참석해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홍해 상황에 관해 논의했다고 CNN은 전했다. 입원하겠다는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입원 관련 성명을 5일에야 발표했는데, 의회에는 성명 발표 15분 전 통지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의회 지도자들 조차도 뉴스를 통해서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됐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이 일주일간 재택근무 중이라는 소식을 보좌관으로부터 전해 들어 입원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특히 오스틴 장관이 입원했던 지난 4일에는 국방부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밝히면서 중동 분쟁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됐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이 입원 전 대통령과 함께 공습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의 행보에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로저 워커 상원의원도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국방장관의 병세를 수일간 비밀로 부쳤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군사 지휘게통의 핵심 연결고리인 국방장관이 입원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도 “국방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오스틴의 상태와 소재를 알려줘야 했다”며 “대통령은 항상 자신의 내각 구성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나 군 고위 관계자는 입원하면 24시간 이내에 성명을 발표하는 게 관례다. 지난해 10월 29일 에릭 스미스 해병대 사령관이 심장마비로 입원했을 때 국방부는 몇시간 만에 바로 성명을 내 알린 바 있다. 릭 갈랜드 법무장관도 2022년 정기적인 진료를 받기 위해 입원하기 일주일 전에 백악관에 이를 보고했다.

평소 사생활 보호를 강조하며 언론 직접 노출을 피해온 오스틴 장관은 이날 직접 성명을 내 “대중에게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것이 나의 의료 절차였다는 것이며, 공개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스틴 장관은 입원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입원 이유가 수술 후유증이라고만 밝히며 자세한 내용은 사생활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비밀에 부친 것은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것이었으며, 여기에는 오스틴 장관의 사생활 문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동안 자신의 활동을 공개하는 것을 피하는 은둔형 행보로 비판받았다. NYT는 “오스틴 장관이 국방부 기자회견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발표한 지 1년이 넘었다”며 “그는 출장을 가면 기자들을 피하며, 호텔 방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국방부 기자단은 “미 각료들이 입원 중이거나 마취 상태이거나 의료 절차의 결과로 업무가 위임됐을 때 국민은 이를 알 권리가 있다”며 “오스틴 장관은 국방부 최고지도자로서 이 같은 상황에서 사생활 보호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이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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