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운명 걸린 ‘블링컨 순방’…레바논 전쟁 개입 차단 총력
튀르키예·그리스 순차 방문
“갈등 더는 심화돼선 안 돼”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베이루트 방문 ‘자제’ 촉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하마스 전체 서열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 폭사와 이슬람국가(IS)의 이란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 테러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중동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 “진짜 걱정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이라며 “갈등이 더는 심화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로 건너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를 만나 “확전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찾아 “레바논이 분쟁에 끌려가는 상황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도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EU가 중동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확전을 막기 위해 쌍둥이 외교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EU가 일제히 레바논의 자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2일 베이루트 외곽에서 발생한 알아루리 부국장 사망 사건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알아루리 부국장의 죽음이 자칫 헤즈볼라가 참전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퍼부었다. 알자지라는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가한 공격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 도중 IS 테러 공격을 받은 이란도 전면전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오늘 우리는 적과의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외신들은 여기서 ‘적’이란 이스라엘과 미국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 제거와 인질 송환, 가자지구 내부의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제거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전쟁은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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