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권 도전의 열쇠’, 미 연방대법원이 쥐고 있다
NYT “대법관들, 올 대선 판도 바꿀 중추적 역할” 주목
2021년 1·6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올해 대선 경선 참가 여부를 미국 연방대법원이 결정할 예정이다. 2000년 대선에 이어 연방대법원이 또다시 대선 후보들의 운명을 가르게 됐다.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참여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소 및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달 19일 재판관 4 대 3 의견으로 수정헌법 제14조3항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비선거 출마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지난 3일 연방대법원에 상소를 제기하고 심리를 요청했다.
수정헌법 14조3항은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한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주나 연방의 공직을 다시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콜로라도주 1심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이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현재 미국 여러 주에서 콜로라도주와 유사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연방대법원 결정은 이들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론 일자는 오는 2월8일로 잡혔다. 통상 연방대법원이 한 달가량 휴식에 들어가는 시기에 변론 일자가 잡힌 것은 연방대법원이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신속히 심리할 계획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은 콜로라도주를 비롯해 미국 15개 주 이상이 동시에 대선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인 3월5일 이전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2000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NYT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면서 “대법관들이 올해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고 평가했다.
2000년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전체 득표율에서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가 계속 진행됐더라면 고어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도 앞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지를 결정하면서 결국 부시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 대법관이 3명이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3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은 그동안 임신중지권,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 성소수자 이슈 등 주요 판결에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 세 사람을 언급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공정함뿐이다. 아주 훌륭한 세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웠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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