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음주 운전한 50대, 1심 무죄서 2심 유죄로, 왜?

아파트 주차장에서 30m가량 음주 운전을 한 운전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던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단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울산지방법원./뉴스1

울산지법 형사항소 1-1부(재판장 심현욱)는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 운전을 한 A(5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6월 17일 0시 9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로 아파트 주차장 안에서 30m가량 차를 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날 밤 상황은 방범카메라(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전날(6월 16일) 밤 10시 38분쯤 대리기사가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운전한 후 주차장에 세워두고 떠나자,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탔다. 이후 차량은 40분여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후 갑자기 차가 후진하기 시작했고, 뒤쪽 인도에 차체가 반쯤 걸친 상태로 멈춰졌다. 차량 안에서 A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구고 조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 이날 밤 11시30분쯤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A씨는 그대로 차량 안에 있었다.

이를 근거로 1심 재판부는 고의로 음주 운전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차량 변속기 레버가 P(주차)에서 R(후진)로 바뀌어 있기는 했지만, 의도치 않게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변속기 레버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이 차량은 P에서 R로 한번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 형태로 꺾어야 하도록 돼 있다”며 “음주로 판단력이 저하됐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에어컨을 켜려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를 건드렸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았던 점, 초범인 점, 음주 운전 거리가 짧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