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가족 수사 거부, 명백한 이해충돌”

조미덥 기자 2024. 1. 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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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쌍특검법 거부’ 무엇이 문제인가
‘특검 거부 규탄’ 현수막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7일 국회 앞에 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도현 기자
재의요구권, 법적 최후 수단
가족 비리 의혹 차단은 “독재”
2년 만에 8건 남발 ‘역대 최다’
“죄 있으니 특검 거부하는 것”
본인 과거 발언과도 정면배치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거부권을 사용한 것은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할 헌법상 권리를 남용했다는 비판과 압도적인 거부권 반대 여론을 거슬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쌍특검 법안 거부권 행사가 공직자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한 이해충돌방지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배우자 비리 의혹 수사를 막았고, 50억 클럽 특검법을 거부하며 검사 시절 본인의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문제 제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거부권이 대통령의 재량이더라도 김 여사 특검에 대한 재의요구는 이익 충돌에 해당돼 재량의 여지가 극도로 축소된다고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반헌법적인 거부권 독재”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가족을 위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력자와 그의 가족도 법 앞에 평등한 나라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도 지적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국회를 통과한 8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000년대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6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임기 2년도 안 돼 이를 넘어섰다. 이명박(1회)·박근혜(2회)·문재인(0회)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 관련 비리 수사에 거부권을 행사한 첫 대통령이 됐다. 역대 대통령이 본인 관련 비리 수사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을 수용했다.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본인의 과거 발언·행적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특검에 대해 “특검을 왜 거부하는가. 죄를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과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자신이 권력자가 된 후엔 특검 수사를 거부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됐다.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에도 반한다. 다수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60~70% 국민들은 윤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에 반대했다. 경향신문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30일 성인 1001명에게 물은 결과(100% 무선 전화면접, 응답률 15.2%)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2%로 ‘적절하다’는 응답(23%)보다 크게 높았다.

보수 진영에선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리스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지인 채용 및 명품 가게 방문 등으로 구설에 오른 데 이어 최근 명품 가방을 받는 영상도 공개됐고,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벌어지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김 여사는 치외법권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은 김 여사 문제가 우리 아킬레스건임을 알고 총선에 맞춰 특검을 준비했는데, 우리는 알고도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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