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거부권 행사, 권력남용 정권”…전문가들 “빈약한 근거로 사익 추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거부권을 남용하는 정권을 규탄한다”며 온·오프라인상에서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엑스(옛 트위터)에는 김 여사를 향한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권력남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권력남용. 권력 휘두르고 싶은 거지. 법을 배운 놈이 더 법을 어긴다” “가족 특검을 거부한 최초. 내로남불 부끄럽지 않습니까!” 등 의견이 올라왔다.
8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의 의사를 짓밟는 거부권 행사가 현재처럼 남용되면 국민은 거대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부산 시민단체 모임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부산진구 거리에서 시국행진을 벌였다.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부활을 검토하겠다는 이날 대통령실 발표를 두고 ‘시선 돌리기용’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거부권 행사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양곡관리법,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및 방송 3법,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논평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최소한으로 행사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입맛에 맞지 않는 법안에는 거부권을 남발하고, 이미 시행 중인 법률은 시행령으로 무력화하고,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각종 공직에 최측근 친윤 인사들 임명을 강행해왔다”면서 “최소한의 명분도 근거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부권 행사는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국가의 본질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헌법 제7조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구 정점에 앉아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는) ‘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리 사회 도덕성의 실추를 증명한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입법부와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거부권 제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거부 행사가 잦으면 비토크라시(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 70%에 가까운 국민이 특검에 찬성하는 만큼 여야가 특검 시기와 방법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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