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단발머리
제주지방 기상청에 근무하는 조용필(지창욱)을 주인공으로 하는 JTBC의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공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가왕’ 조용필의 노래를 차용하여 OST와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눈길을 끈다. 1980년대 제주의 해녀로 만난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코믹멜로드라마다. 후배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린 조용필의 히트곡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극 중에서 그룹 세븐틴의 도겸이 리메이크하여 부른 ‘단발머리’는 1980년 소위 ‘서울의 봄’에 발표된 곡이다. 당시엔 암울했던 시대를 절규하듯 불렀던 타이틀곡 ‘창밖의 여자’에 가려졌지만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으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받아온 명곡이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작사가 박건호가 하수영의 콘서트에 갔다가 수줍게 꽃다발을 건네는 단발머리 소녀를 보고 썼다. 곡을 쓴 조용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신시사이저 음향을 동원, 발랄한 소녀의 기쁨과 설렘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단발머리’는 015B 등 많은 후배가 리메이크했으며,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도 주 테마송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팝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곡에 ‘단발머리’를 5위로 꼽았다. 이 잡지는 이 노래를 “트로트 음계에서 벗어나게 만든 한국 팝의 혁명적인 힘”이라고 평하면서 조용필이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공연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불경기가 되면 여성들의 머리가 짧아지면서 단발머리가 유행한다는 속설이 있다. 올해는 그 속설이 틀렸다는 게 증명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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