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고4’ 만드는 무전공 왜자꾸 늘지?…대학들 “교육부 눈치봐야”
빠르면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듯
수험생 혼란·학과쏠림 부작용 불구
재정 빠듯한 대학 “인센티브 놓칠라”
학점제 이어 1년 허비 지적도 나와
지난 5일 서울대가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학부대학의 신입생 정원을 400명 규모로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후 수도권 주요 대학들 역시 비슷한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 등의 명칭으로 이뤄지고 있는 무전공 입학은 전체 입학생의 1% 가량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올해 연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 15%를 무전공으로 뽑을 수 있다는 서울대에 이어 한양대 역시 2025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250명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거 자유전공제를 시행하다 10여년 전에 폐지한 성균관대학교는 부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세대는 이달 들어 무전공 입학생 선발 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했고, 이미 인문사회계열에 95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두고 있는 고려대 역시 이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직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수도권 대학들까지 추후 수백명대로 무전공 입학생을 늘리면 커다란 변수가 될 예정이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혁신지원사업(사립대 대상) 및 국립대학육성사업(국립대 대상) 개편안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의 20% 이상, 2026학년도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 모집해야 하고, 국립대 역시 2025학년도 25% 이상, 2026학년도 30% 이상을 무전공으로 모집해야 한다. 시안대로라면 이 금액만 해도 7800억원에 육박하기에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등록금 동결된 것과도 유사하고 실제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코로나19까지 거치며 재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대학들은 교육부 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족쇄가 채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시 현장은 물론 대학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실시했던 자유전공학부 시스템 체제 하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인기 학과로만 쏠리며 인문학이나 기초과학의 미래가 흔들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내 사립대의 한 컴퓨터공학 분야 교수는 “솔직히 말해 컴퓨터, 인공지능처럼 인기있는 학과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정원도 늘고 지원도 그만큼 커진다면 나쁠 것은 없다”면서도 “기초과학이나 인문학 관련 학과 앞에서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갑자기 늘어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지 의문은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대학들 역시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을 최대한 빠르게 시도하고 있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고민도 큰 상태다. 무전공으로 입학한다고 해도 의대처럼 국가자격증과 관련된 전공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열어둘지, 아니면 일정 부분 제한을 둘지 정해진 바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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