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대위 안정 찾자… 다급해진 이재명
피습으로 발 묶였는데 부산지역·의료계 민심 이반 확인되는 이재명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국민의힘의 추격을 뿌리치고 총선 승리를 가져가려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장에선 다급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 한 비대위원장이 새해 첫 일주일 동안 무난한 데뷔전을 치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9일 비대위를 꾸리고 이번 달 2일부터 활동을 본격화한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지휘봉을 잡고 중도 표심을 상징하는 대전을 시작으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와 험지로 불리는 광주와 수도권 등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외연 확장의 가능성을 보였다.
텃밭인 대구에서는 "TK는 우리의 기둥"이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광주에서는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의 신문을 돌린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동료 시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한 비대위원장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보수 정당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시민의 전반적 생활에 뿌리내린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해야 현실의 삶이 나아진다"고 했다. 586 운동권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구호를 외침과 동시에 이들이 언급해온 '격차 해소'는 함께 언급해 선거에서 변수로 만들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한 비대위원장 첫 일주일 동안 정치신인답지 않게 돌발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적절히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은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3일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 직접 해당 발언을 사과했다.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사건에는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한 대응을 보였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전시당에서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우리 모두가 요구하는 게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 시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5선의 이상민 의원도 만나 공식적으로 입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공천 갈등 관리'와 '당정 관계 변화 보이기'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정, 오는 10일 공관위를 정식 출범하고 인재영입도 8일 재개한다. 이 과정에서 '바람·구도·인물'로 꼽히는 선거 3요소에 따른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내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당정 관계 변화는 여전히 과제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과 관련해 한 비대위원장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당정관계 개선을 바라는 유권자층의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사라진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일 피습 이후 부산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되는 과정을 지켜본 부산민심과 의료계 민심이 적지 않게 흔들린 것으로 관측됐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조기 당무 복귀'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의료진이 절대 안정을 강조하는 만큼 조속한 복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혁기 민주당 정무실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취재진에 "혈관수술이라는게 나중에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 절대 안정 속 회복 치료에 전념하라는 당부가 있었고, 환자 가족이 따르고 있다"면서 "대표가 조속히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권 실장은 "이 대표가 없어도 민주당은 당무를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당무에 차질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향후 과제는 이낙연 신당과 혁신계, 비(非)이재명계의 이탈움직임을 막고 내부를 통합하는 것이 최우선이 될 전망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이 탈당 계획에 대해 묻자 "이번 주 후반에는 인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임재섭·안소현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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