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명물된 ‘스피어’… 코끼리가 눈앞으로 달려온다
6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 개막을 사흘 앞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과 카지노가 모여 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스피어(Sphere)’ 앞에는 관광객 수십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날 저녁 스피어는 시시각각 화려한 색상으로 외관을 탈바꿈하고 있었다. 푸른 행성의 모습을 하다 오색 빛깔의 물결로 뒤덮이기도 했고,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멕시코 관광객 가브리엘라씨는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너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스피어가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상징물로 떠오르고 있다. ‘도박과 유흥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라스베이거스가 세계 각국 기업들이 매년 혁신 기술을 뽐내는 CES와 더불어 스피어로 도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스피어가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영국 런던의 런던아이 같은 랜드마크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옥외 광고판
스피어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 구형 공연장이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이 총 23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약 7년에 걸쳐 만들었다. 높이는 아파트 40층 정도인 111m, 바닥 지름은 157m에 달한다.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를 내려다보면 한눈에 띌 정도로 거대하다.
외벽에 설치된 스크린 면적은 축구장 2개 반만 한 5만4000㎡에 이른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 곳곳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거대한 지구 모양의 스피어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옥외 광고판’으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스턴 마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피어에 광고를 했다.
◇머리 위 화면뿐 아니라 영상 속 진동도 구현
스피어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라스베이거스에는 각 나라를 컨셉으로 한 호텔들이 모여있다. 호텔들도 공연을 하거나 독특한 외부 경관을 자랑하지만 스피어는 기술력이 들어갔다. 곡면 외벽에 고해상도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날 저녁 라스베이거스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예술 영상이 스피어에 나타났다. 첨단 기술로 쉴새 없이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외관만큼이나 공연장 내부도 관객을 압도한다. 한 번에 1만7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실제 들어가 본 내부에서는 돔형 구조의 천장에 고해상도 LED 스크린이 덮여 사방으로 대형 화면이 펼쳐졌다. 록밴드 U2가 스피어에서 대형 화면을 활용해 공연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스피어 내부는 16만7000개의 인공지능(AI) 기반 스피커는 물론 바람과 냄새, 온도까지 제어하는 햅틱 기술과 만나 ‘초현실, 초감각’의 세계를 구현한다. 이날 ‘지구에서 온 엽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광활한 대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삶, 사람이 만든 건축물 등을 사방에 펼쳐진 대형 화면에 구현해 냈다. 예컨대 스피어에서 바닷속 물고기가 가득 채워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머리 위에 비행기가 지나가는 식이다. 다큐멘터리 속 코끼리가 다가올 때는 의자에서 진동이 느껴져 땅이 울리는 현실감을 더했다. 미시간주에서 여행 온 크리스는 “실제 자연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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