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흘째 NLL 인근 포 사격…9·19 합의 파기 ‘선언’에서 ‘행동’으로

유새슬 기자 2024. 1. 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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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5~7일 서북도서 포병 사격 실시
군 대응사격은 첫날만 …“북에 끌려가지 않겠다”
대화 채널 끊긴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 위기 고조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5일 백령도에서 우리 군이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서해 접경지 일대에서 사흘 연속 포병 사격 도발을 단행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서 남북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7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으로 서해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 이날 오후 4시경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연평도 북방에서 90여발 이상의 포 사격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오후 4시경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 총 60여발 이상을 발사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북한은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등 200여발을 쐈다. 당시 군은 두 배에 이르는 포 사격으로 맞대응했다. 연평도에는 북한 사격과 대응 사격 시 한 차례씩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군은 5일과 달리 6~7일에는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 포탄의 방향과 탄착 지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사격은 대남 도발보다는 북한의 자체 군사 훈련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군은 북한의 사흘 연속 사격 도발을 두고, 북한이 확고하게 9·19 군사 합의상 해상 완충 구역 설정 조항을 파기했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의 포사격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소모적일 뿐더러 북한에 끌려가는 것이라고 군은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통화에서 “북한 도발과 무관하게 우리는 우리의 일정을 가지고 사격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강 대 강 대치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9·19 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것으로 이미 예견된 결과다. 9·19 합의는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남북 간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설정, 해안포 포문 폐쇄 등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북한은 철거했던 GP를 최근 콘크리트로 복원했고 JSA 근무 경비들에는 권총을 채웠다. 군도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해 재무장화로 맞대응했다.

정부는 북한이 9·19 합의가 유지되던 때에도 합의 사항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는 점을 들며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은 9·19 합의 파기 책임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해상완충구역 내에 사격한 것은 2022년 말까지 15회였다”며 “우리 군이 해상완충구역 내에 사격한 것은 9·19 합의 이후 이번(5일)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그동안 해병대는 해상 완충구역 조항을 지키려고 내륙까지 장비를 끌고 이동해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우리는 합의를 지키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다”고 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겠다는 전략의 군사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남북 간 엉키고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만큼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은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은 북한이 남북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에 응하지 않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사실상 전부 막혀있다. 남북 간 작은 오해와 힘겨루기에서 비롯되는 국지적 충돌의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올 한 해에도 남북 간에는 “상당한 긴장이 있으리라고 본다”며 “북한이 군사 도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대화에 나오기를 진정으로 원한다”고 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이 가속화하고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 결속도 공고해지면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외교적인 수단도 많지 않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근간은 여전히 미·중 간 패권 경쟁이기 때문이다. 한·미·일은 지난 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열린 인도·태평양 대화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자신들의 기만 작전에 군이 넘어갔다고 주장했으나 군은 즉각 일축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우리 군대는 (지난 6일) 130㎜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며 “허세와 객기를 부려대는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의 실지 탐지 능력을 떠보고 불 보듯 뻔한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은 우리가 던진 미끼를 덥석 받아 물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합참은 “코미디 같은 저급한 선동으로 대군 신뢰를 훼손하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에 불과하다”며 “접적 해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군사활동에 대해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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