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리더] “10~20년 뒤 보고 뛰어든 에이즈치료제, 中넘어 EU·아프리카까지 간다”

성남=허지윤 기자 2024. 1. 7. 1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 인터뷰
에이즈치료제 ‘KM-023′독자 기술 개발
지난해 12월 중국 의료보험 적용
글로벌 판권 확보 추진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코리아바이오파크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분당(성남)=허지윤 기자

“회사가 개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치료제(에이즈치료제)가 지난달 중국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올해부터 현지에서 빠르게 공급이 확대될 것입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발굴한 물질을 국내 기업이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둘 첫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 분당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는 “에이즈치료제 ‘KM-023′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을 거둘 것”이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카이노스메드는 지난 2007년 6월 설립된 신약개발 기업으로 에이즈 치료제와 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 치료제(KM-819), 항암제(KM-1004)를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다. 핵심 신약 프로젝트인 ‘KM-023′는 성공적인 기술 이전 사례로 꼽힌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처음 발굴한 물질을 카이노스메드가 사들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도 일찍부터 눈여겨 봤다. 서울대가 임상 1상을 진행한 이후 중국에서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에이즈치료제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출시할 것”이라며 “파킨슨병 치료제를 포함한 다른 파이프라인의 임상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원래는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IT분야에서 20년 가량 일한 IT맨 출신이다. 199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통신용 반도체 개발업체인 실리콘이미지를 창업해 1999년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했다. 이 대표는 이후 무선 통신 산업 분야의 혁신적인 집적 회로 솔루션을 개발하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 GCT 세미콘덕터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후 바이오 분야로 눈을 돌렸다.

IT사업 경험과 미국 바이오벤처 투자 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강명철 박사와 카이노스메드를 창업했다. 현재는 김인철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약리학 박사를 받고 록펠러대와 듀크대 메티컬센터를 거쳐 한국 LG생명과학 대표, 보건복지부 지정 시스템통합적항암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의약품 외에 IT에서 경험을 살려 의료기기·디지털 솔루션 사업 분야로 진출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노스메드는 이달 8~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제42회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한다. 콘퍼런스 참가를 앞둔 이 대표를 만났다.

-회사 창업 배경에 대해 소개해달라.

“나는 철저히 사업가다. 미국에서 20년간 정보통신(IT)산업에서 사업을 하면서 연구자들과 함께 사업을 일구고 제품서비스를 상업화하는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경영과 기술 전략도 배웠다. 미국에서 사업 성공 이후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할지 생각하다가 바이오 산업이 IT에 이어 발전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사업 영역을 먼저 결정했다. 실제로 카이노스메드를 창업한 2007년도만 해도 국내외에선 바이오 산업 극초기 단계였다.”

-회사 창업 전 미국에서 IT사업을 했다.

“정덕균 서울대 교수가 1990년대 초에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패널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건데, 아날로그 브라운관(CRT)에서 디지털 플랫 패널로 옮겨가면서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큰 숙제였다. 이를 해결할 기술을 한국인 연구자가 개발한 거다.

당시 이미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 분야 일을 하고 있었고 HDMI 기술을 갖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돕게 됐다. 난 주로 투자 유치와 상업화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일을 했다. 사실상 HDMI는 우리나라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1995년 ‘실리콘 이미지’란 회사가 설립됐고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컴퓨터, 컴팩, 도시바, IBM이 모두 이 회사 고객이었다.”

실제로 당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이미지가 1999년 한국 기술로 한국인이 경영해 미국시장에서 성공해 나스닥 상장한 벤처기업이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그뒤 2015년 3월 15일 래티스 반도체가 인수했다.

-바이오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대부분 창업을 할 때 우선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리얼라이제이션(실현)’을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두고 여기에 맞춰가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다. 앞으로 10~20년 뒤 사업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이 구상을 함께 실현할 적임자, 파트너를 찾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신생 바이오 벤처에 초기 투자를 먼저 했고 일부 회사가 시장에서 성공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가 생겼고 여러 사람도 만나게 됐다. 잠재적으로 상업적 가치 있는 후보물질을 사들이고 기술과 특허를 확보하고,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을 진행했다.”

-에이즈치료제에 먼저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애초 미국이 아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 시장에서 대형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는 것보다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이 큰 곳을 겨냥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봤다. 특히 중국 의약품 시장은 급성장 중인데 비싼 글로벌 에이즈치료제를 대체할 의약품에 대한 요구가 컸다. 국가의 특성상 지역화에 대한 관심도 컸다.

에이즈치료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선 환자 개인이 부담할 정도의 의약품이 됐다. 하지만 동남아, 아프리카에선 개인 부담이 여전히 매우 크다. 이런 이유로 개도국에선 정부가 주도하고 관여한다. 쉽게 말해 정부가 구매자로 나서는 건데 여기에 사업 잇점이 있다고 봤다. 정부라는 바이어가 나서기 때문에 사업이 보다 안전하고, 수월하게 진행된다.”

-에이즈치료제 ‘KM-023′ 기술 수출 이야기를 들려달라.

“정부 출연연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전부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화학연은 처음에 발굴한 물질이고, 이를 사들여 우리가 임상 개발을 진행했다. 회사 공동 설립자이자 기술고문인 강명철 박사의 평가와 함께 해당 물질에 대한 시장성이 있는지, 기술적인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외부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다각도로 평가했다.

강 박사는 1975년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트리메리스의 기술개발 수석부사장으로 일하며 에이즈치료제 ‘푸제온(Fuzeon)’ 개발을 주도했고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푸제온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와 공동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다.

우리는 외부 검토를 거쳐 물질을 사들여 서울대에서 인체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임상 1상을 마치자 현재 중국 파트너사인 장수아이디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당시 장수아이디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에서 에이즈 치료제 영역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길리어드에서 이 물질을 먼저 검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서 이를 사들여 사업화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협상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우리로선 큰 행운이었다. 바이오 사업에서 치료후보물질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밸리데이션(타당성 검증) 타깃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도 중국 정부와 협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는 않았다. 공신력이 있는 중국 정부 측이 함께 온 게 우리 결정에도 주효했다. 시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리스크나 신뢰성 이슈를 해소할 수 있었다.

중국 당국으로선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의료비 지출을 경감할 수 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중국 보건당국과 카이노스메드의 입장이 전략적으로 맞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업화 과정에서 굉장한 혜택을 얻었다. 파트너사인 장수아이디도 이 에이즈 치료제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했다.”

-KM-023 기술 수출로 어떤 이득을 봤나.

“해당 물질 기술 이전에 따라 받은 실질적인 로열티는 10%수준이다. 지난해 4월 전 세계 상용화 권리에 대한 판권 이전이 추가로 이뤄졌다. 특허 보유 지역 내 매출 총이익의 45%, 특허가 없는 유럽연합(EU)에선 매출 총이익의 10%를 수익으로 배분받기로 했다.

약 개발과 판매는 장수아이디 측이 전담하고 우리는 마케팅만 하는데 판매 이익금의 45%를 받는 건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오랜 시간 관계를 쌓으며 서로가 진정으로 소통하는 파트너사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이즈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와 경쟁이 가능할까.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임상이 다 끝난 약을 다시 길리어드 ‘젠보야’ 병용 복합제와 비교하는 임상을 진행했다.

기존 처방 약물인 NNRT(비핵산 역전사 효소) 억제제의 심각한 중추신경계, 순환기계, 호흡기계 부작용을 개선하는 효과를 냈다. 경쟁 약물 대비 적응 투요 용량으로 동등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작아 안전하게 병용 복합제로 쓸 수 있고 환자 편의성도 향상한 점이 KM-023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달 KM-023이 중국 의료보험 급여등재 승인을 받았다. 기대 효과를 말해달라.

“중국 파트너사인 장수아이디사를 통해 ACC007은 복합정, ACC008은 단일정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다. 두가지 약물 방식을 모두 승인을 받았다. 중국 시장에서 이제 점유율이 급속도로 확대될 거라고 기대한다. 급여 항목에 포함되면서 환자의 가격 부담이 적어져, 처방률이 높아질 수 있다.

중국에선 비급여 시장이 전체의 25%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4년부터는 길리어드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까지 처방약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장수아이디는 중국 에이즈치료제 시장 규모가 의료보험 시장을 포함해 2023년 73억위안(약 1조3000억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112억위안(약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출시할 계획은 없나.

“중국 다음으로 유럽 시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 시장 쪽 임상전문가를 고용한 상태이고 패스트트랙으로 받을 수 있는 국가를 정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패스트트랙 제도가 적용되면 EU 시장 전체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특허 연장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도 에이즈치료제 출시를 노리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에이즈 환자들 대부분이 가짜 약을 복용 중인 실정이다.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가 2000만명에 이른다. 중국에 아프리카는 전략적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고, 중국에서 에이즈치료제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향후 아프리카 시장에서 매출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카이노스메드 주요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카이노스메드

-에이즈치료제 다음으로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은 무엇인가.

“파킨슨병 치료제다. 파킨슨 질환 치료 후보물질 ‘KM-819′의 환자 대상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2상이 미국에서 착수됐다. 앞선 세포 및 동물모델 대상 연구에서 우수한 신경세포 보호 효과,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파킨슨병에 효과가 있는 의약용 아미노산 ‘L-Dopa’과 비교해 우월환 행동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임상 2상은 통상 2~3년 걸린다. 2025년 말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 비영리 파킨슨병 연구재단인 ‘마이클제이폭스재단’과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이클제이폭스재단에서 KM-819에 관심을 보였고, 임상시험 수행을 협력하기로 했다.

임상과정에서 파킨슨병 진행 추이와 치료제 반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도 협력하기로 했다. 카이노스메드가 임상 환자 샘플을 공유하면 재단 연구진이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다.”

-올해 가장 기대하는 목표와 계획은.

“그동안 에이즈치료제와 파킨스병 치료제개발에 초점을 뒀다. 올해부터는 더 가시적인 상업적 성과를 내면서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분야를 포함한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기업 협력과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볼 계획도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