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체자로 '첼시 먹튀' 믿을 수 있어? "토트넘, 베르너에 당해봐서 잘 알아"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티모 베르너(28, RB라이프치히)가 겨울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는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7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베르너가 토트넘으로 간다. 토트넘과 라이프치히의 협상은 마무리됐고 모든 서류도 준비됐다"며 "머지않아 베르너가 런던으로 이동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적 임박 시 붙이는 특유의 시그니처 멘트인 'Here we go!'도 빼놓지 않았다.
로마노의 게재글 이후 'BBC'를 비롯한 복수의 영국 언론도 "토트넘이 라이프치히에서 베르너를 임대 영입했다. 토트넘이 남은 기간 베르너의 주급을 책임지며 이 계약에는 선택적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알려지기로 토트넘은 베르너의 기량에 만족하면 1,550만 파운드(약 259억 원) 정도만 지불하면 완전 영입을 할 수 있다.
라이프치히도 베르너의 임대 이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르코 로즈 감독은 독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베르너는 올여름 독일에서 열리는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선수권대회(유로 2024) 참가를 위해 출전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 우리도 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임대를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베르너는 그동안 독일 국가대표로 A매치 57경기를 뛰었다. 2017년 처음 국가대표로 부름을 받은 뒤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A매치 출전이 2경기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지난해 3월 벨기에전 출전이 끝이다. 점차 잊혀지는 자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최근 국가대표팀 소집에서도 베르너가 뛸 수 있는 측면과 스트라이커에 세르쥬 나브리(바이에른 뮌헨), 니클라스 퓔크루크(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만큼 베르너의 시장 가치가 많이 하락했다. 베르너는 2013년 슈투트가르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뒤 줄곧 오름세를 자랑했다. 특히 2016년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면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입단 첫해부터 21골을 터뜨리며 이목을 끌었고 이후에도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라이프치히에서 뛴 초반 4시즌 동안 159경기에서 95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2020년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가 4,750만 파운드(약 795억 원)의 높은 이적료를 투자해 영입했다. 분데스리가를 정복한 공격수였기에 베르너를 향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베르너는 고작 두 시즌만 뛰고 첼시를 떠났다. 첫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6골에 그치더니 2021-22시즌에는 주전에서도 밀려났다. 당시 첼시가 로멜루 루카쿠를 큰 금액으로 복귀시킨 탓에 베르너는 경쟁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시즌 동안 89경기에서 23골을 남긴 베르너는 이적료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로 실패 꼬리표를 달게 됐다. 반등을 모색하던 베르너는 2022년 여름 친정인 라이프치히 리턴을 선택했다. 베르너의 이적료는 절반가량 깎였다.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며 남긴 기록은 1,750만 파운드(약 292억 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베르너의 기량 하락이 반영된 몸값이었다.
아쉽게도 친정에서도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9골에 그쳐 슈투트가르트 시절이던 2016년 이후 모처럼 단일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공식전을 따졌을 때는 40경기 16골로 준수해 보이기는 하나 첼시로 떠나기 전 베르너가 보여줬던 이름값에는 턱없이 모자른 수치였다.
최근 폼은 더욱 떨어졌다. 베르너는 이제는 출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할 수준이 됐다. 전반기 동안 분데스리가 8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마저도 선발은 2회에 불과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전반기 총 14경기에서 고작 250분을 뛰었고 2골에 머물러 있다. 베르너는 로이스 오펜다를 비롯해 벤야민 세슈코, 유수프 폴센 등에게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이다.
베르너의 가치가 내려가면서 토트넘의 임대 영입이 옳은 선택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토트넘은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넣어줄 공격수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상대와 대회를 가리지 않고 골을 뽑아내던 손흥민의 공백을 한 달가량 메워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손흥민이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본머스전을 끝으로 클린스만호에 합류하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성적에 따라 최대 6경기, 2월 초까지 손흥민 없이 견뎌내야 한다.
손흥민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손흥민은 전반기 21경기 동안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쟁은 물론 최다 공격포인트 순위에서도 공동 3위에 오를 정도로 쾌조의 시즌 출발을 자랑했다. 손흥민을 대체하기 위해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기대를 모은 히샤를리송은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지만 언제 또 기복을 보일지 모른다. 브레넌 존슨과 데얀 쿨루셉스키는 해결사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알레호 벨리스와 마누엘 솔로몬은 부상이다. 브리안 힐도 여전히 경쟁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 없이 치른 첫 경기였던 지난 번리와 FA컵에서 토트넘은 1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1골에 그쳤다. 그마저도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인 페드로 포로의 득점이었고, 상대 실수를 틈타 조금은 도박과 같은 장거리 슈팅에 의한 골이었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 한 번의 슈팅으로 숨통을 끊는 손흥민의 존재감만 확인한 무대였다.
결국 영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베르너를 택했다. 과거 베르너라면 좋은 카드였겠으나 지금은 냉정하게 손흥민과 비교해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 베르너도 준수한 스피드에 라인 브레이킹을 잘하고 왼쪽 윙포워드와 스트라커를 모두 겸할 수 있다. 하지만 한창 때에 비해 결정력이 내려간 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토트넘이 현 시점에 선택하기에 가장 베스트 카드라는 시선도 있다. 영국 언론 '풋볼런던'은 "최소한 토트넘 팬들은 베르너의 자질을 상기할 필요가 없다. 토트넘은 그동안 베르너와 8번 만나 2골 3도움을 허용했다"며 "라이프치히 1기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토트넘을 상대로 골을 넣어 16강 1차전 승리를 안겼던 베르너였다. 첼시 소속으로도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에서 상대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고 과거 당해봤기에 아는 기량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베르너는 당장 토트넘 전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주말 런던으로 향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는 대로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부터 뛸 수 있다.
만약 베르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나서면 꽤 흥미로운 대결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이적은 토트넘의 하이재킹으로 알려졌다. 당초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였던 쪽은 토트넘이 아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이번 시즌 공격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커스 래시포드가 부진하고 새로 영입한 라스무스 회이룬과 경쟁할 카드로 베르너를 유심히 지켜봤다.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독일 매체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베르너 영입을 위해 라이프치히와 조기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할 정도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가까워보였던 베르너인데 손흥민 이탈로 다급해진 토트넘이 가로채면서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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