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지구촌 선거의 해, 존경받는 정치인이 없다
올해 전 세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다. 대만과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인도와 우리나라 등에서는 총선이 실시된다. 대략 47개국에서 전국적인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분위기는 이미 뜨겁다. 당장 결정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는 물론 10개월이나 남은 미국 대선 분위기도 과열 양상이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되는 러시아만 조용할 뿐이다.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선거 결과는 예측불가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와 중국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지만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온 조사 결과도 있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허우유이 후보는 '친중'을 표방하며 정반대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들 후보 간 신경전보다 나라 밖의 견제가 더 심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독립=전쟁'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미국은 대만 수호를 위해 국방예산을 늘렸다. 차기 총통에 따라 미국과 중국 한쪽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에서다.
미국 선거판에서는 세계 경찰국답지 않게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것은 물론 '말더듬이'라고 조롱했다. 같은 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향해서는 멍청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향해서는 새대가리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면서 평가절하하고 있다. 막말 대상에는 잠재적 경쟁자인 바이든은 물론 같은 당원들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점잖아 보이던 바이든도 만만찮다. 바이든 재선캠프가 아직 본격 레이스에 나서기 전인데도 트럼프 공격에 나섰다. '반란 주모자' '민주주의 파괴자' '히틀러 앵무새' 등으로 깎아내렸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 격인 히틀러가 사실상 금기어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과격한 평가다. 지지율에 위기를 느낀 결과물이다.
선거가 으레 그렇지만 올해 주요 국가들의 선거는 특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없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은 각각 44%, 42%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대만 총통 후보들의 지지율은 나란히 30%에 머물고 있다. 2월 대선을 치르는 인도네시아의 1위 후보도 지지율이 30%대에 불과하다. 푸틴 대통령은 절대적인 80%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전쟁 상황이 아니었다면 모를 일이다.
대부분이 양대 정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과반의 지지율은 힘들 수 있다. 각 정당의 정책이 다르고,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30%대, 40%대 초반의 지지율은 심각하다. 정당을 넘어 존경, 아니 인정을 받는 지도자도 없는 것이다. 낮은 지지율로 원하는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재임기간이 순탄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에 '존경받는 정치인'을 검색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이름이 나왔다. 챗GPT가 '정치인들의 평가는 시대와 문맥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너무 적은 숫자다.
2024년을 희망차게 시작했지만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만한 글로벌 정치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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