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똑똑하면 더 위험하다… 빅테크부터 시작된 AI發 일자리 `소멸`

이준기 2024. 1. 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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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과의 댄스'를 주제로 AI가 생성한 이미지.
AI에 의한 사람들의 일자리 대체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있다.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이클릭아트 제공

#1. 지난해 국민은행 콜센터의 상담원 240여 명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AI(인공지능) 상담 서비스 도입으로 콜센터 이용자가 전년보다 20% 가량 줄어 용역업체 6곳을 4곳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상담원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AI 기술이 부메랑이 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 구글은 3만 여명에 달하는 광고판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이 2021년 출시한 AI 기반 광고제작 도구인 '퍼포먼스 맥스(PMax)'에 생성형 AI를 탑재해 광고제작 효율을 높이다 보니 사람이 할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AI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생성형 AI 확산이 노동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I 등장과 함께 사람들이 우려했던 AI에 의한 일자리 소멸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챗GPT 출시 이후 생성형 AI가 텍스트 분석 기반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멀티모달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이 AI에게 밀려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에 앞선 글로벌 빅테크, AI발 인력 구조조정도 '가장 먼저'

특히 구글, 메타, IBM 등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발(發) 해고' 공포가 커지고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구글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전 부문에 걸쳐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광고 업무 전반에서 생성형 AI 도입을 통해 인력 수요가 줄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미 메타, 아마존 등은 경영과 사무직군 인력을 크게 줄인 바 있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5월 "5년 동안 업무지원 부서 직원 2만6000명 중 30%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자리 위협임을 깨달은 사람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다.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작가 1만5000명은 지난해 5월 AI 각본 작성, 단역·엑스트라 배우의 AI 대체 계획 등을 반대하며 파업을 이어간 바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 세계 일자리의 27%가 AI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AI와 글로벌 경기부진이 동시에 닥치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구인 플랫폼 레주메빌더가 이미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계획이 있는 750개 기업 임원들에게 '2024년 AI 도입에 따른 감원 가능성'을 묻자 44%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AI 기술이 인간 근로자를 대체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37%에 달했다.

구글뿐 아니라 X(옛 트위터), 메타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들도 광고, 콘텐츠 검열 등에 AI를 도입함으로써 상시 인력 감축체제로 전환했다. 테슬라가 공장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옵티머스 로봇'이 활용되면 공장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전망이다.

◇"韓 취업자 중 341만명 AI가 대체…의사·변호사 등 화이트칼라 우려 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꿰차는 것은 해외만의 일이 아니다. 아직 AI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자리 대체뿐 아니라 임금 불평등 심화, 윤리적 문제, AI 격차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AI에 의해 나의 일자리가 과연 없어질까에 모아진다. AI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주로 대체하고,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날 것인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41만명(전체 취업자수 대비 12%)이 AI 기술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고소득·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공학기술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대면접촉이 필수인 기자, 성직자, 예술인, 서비스 종사자 등은 일자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AI 같은 신기술의 출현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서 과거에 없던 일자리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전반적인 노동 수요 증가와 임금 상승이란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지우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조사역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업무 수행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필요한 숙련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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