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살리기' 오너일가에 격앙… 당국, 법정관리 대비 착수 [운명의 날 앞둔 태영건설]
8일 F4회의서 워크아웃 향방 결정
"자기 뼈 깎는 고통스런 일을 해야"
대통령실·韓총리도 조속이행 압박
'남의 뼈만 깎고 있다'는 당국과 채권단의 평가를 뒤집을 만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태영건설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금융권은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시나리오' 대비에 나설 전망이다.
■대통령실 "대주주 자구노력" 압박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금융위 등 기본적인 정부 입장과 마찬가지로 워크아웃 추진을 위해 대주주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F4(Finance 4)'와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성의 있는 자구책 이행이 없다면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만 해도 법원 주도 아래 이뤄지는 법정관리를 밟기보다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신청기업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워크아웃으로 은행들이 부담을 나눈다면 태영건설과 협력업체들을 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오너 일가 사재출연 여부는 물론 워크아웃을 전제로 한 조건 이행도 부실하다는 채권단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대통령실도 '대주주 자구노력'을 언급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태영건설 사태에 대해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다든지 하는 지원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의 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영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약속한 4가지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4가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제공 등이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최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쓰면서 채권단은 반발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액이 태영건설 살리기에 사용되지 않았기에 해당 890억원도 즉각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주장이다.
그러나 태영그룹은 전날까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았다. 기존에 내놓은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제공 등 남은 3가지 자구안 이행과 관련해서도 이사회 결의를 통한 확약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416억원어치 무기명 무보증 사모사채(영구채) 발행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 채권단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채권단 측은 '태영건설에 대한 416억원 직접 지원'이라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파기한 것으로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법정관리 대비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악화 국면에서 정상화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심도 나온다.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워크아웃에 돌입하기보다 법정관리에 대비해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 자본확충을 하면서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인 SBS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태영 측 행보는 태영건설로 사재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워크아웃 무산을 염두에 두고 대주주 살리기 및 SBS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 시나리오' 대비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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