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딸을 성폭행 한 36세男 무죄 받아"···법적 도움 호소한 엄마, 무슨 사연이길래

이종호 기자 2024. 1.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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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만 12세 미성년자 딸을 둔 부모가 “딸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부모가정으로 딸을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36살 남자가 12살 제 딸을 성폭행 했는데 무죄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이틀 만에 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A씨 글에 따르면 사건은 A씨 딸인 B양이 12살이었던 지난해 5월 28일에 일어났다. B양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한 남성을 만나게 됐고 이 남성은 B양을 차에 태워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A씨는 "저희 집이 있는 동네는 면(面)이라 인적이 드물고 당시 밤 12시 정도에 비가 왔기 때문에 더욱이 인적이 없었다"며 "저희 집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아이를 태운 가해자는 더 어두운 길로 갔다"고 했다. 이어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아이가 신호대기 중에 내려서 도망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잡혀서 해코지를 당할 것이 두려워 내리지도 못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차고지 같은 곳에 도착했고 가해자가 내리라고 해 내려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침대가 있어 모텔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며 "들어가서부터는 무섭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가해자는 준비해온 수갑으로 아이를 결박했다"고 말했다.

또 "그 외 준비해온 온갖 성기구들을 아이에게 사용하고 채찍으로 때리기도 했으며 머리채를 잡고 구강성교를 감행하다가 결국 성폭행까지 했다"며 "모텔을 나와서는 집을 지나 네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에 아이를 내려주고 갔고 아이는 비를 쫄딱 맞은 채 집에 왔다"고 적었다.

사건 직후 A씨는 딸을 추궁한 끝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보복이 두렵다”는 딸의 말에 신고를 망설이다 사건 3일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가해자는 같은 해 6월23일 구속기소됐다.

이어 "6개월간의 긴 재판 끝에 12월14일 검사는 12년형을 구형했고, 1월4일 최종 선고가 내려졌는데 결과는 무죄였다"며 "이유는 가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되지 않았고, 가해자의 차량에서 압수한 성기구 중 하나에서만 저희 딸의 DNA가 나왔다는 것, 딸의 키가 158㎝이므로 가해자가 14세 이하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 등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일 이후 아이는 불안증세가 심해졌고, 저는 결국 일까지 그만두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사와 전학까지 하게 됐다"며 "불안증을 견디다 못해 거듭 자해를 하던 아이는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와 면회, 통화도 금지된 상황이기에 저 또한 불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며 "한부모가정에 양육비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제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왜 재판부는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가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검찰은 가해 남성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 4일 해당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측은 A씨 딸의 나이가 13세 미만인 점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성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14살이라고 말한 점 ▲피해자의 키가 158㎝로 성인 여성 평균 체격인 점과 피해자의 목소리, 옷차림 등을 고려해볼 때 “피해자가 만 13세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범행에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성인용 기구들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진술에 언급된 적이 없는 성인용 기구 한개에서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한부모가정에 양육비도 받을 수 없다”며 법적 자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가해자는 외제차를 몰며 ‘N번방’ 사건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도움을 구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으로 기소했다면···아쉽다”는 네티즌 의견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한 네티즌은 "보내주신 판결문을 잘 읽어보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네티즌은 “2020년 5월 19일 개정된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은 2020년 5월19일 개정된 형법이다. 기존에는 제1항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에게 죄를 물었는데, 제2항이 추가돼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도 처벌하게 됐다.

이 법은 13세 미만의 사람 혹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간음하면 성립하며, 폭행·협박에 의하여 간음한 때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때에도 본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며, 접촉 정도에 따라 강간뿐 아니라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도 물을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따라서 서로의 대화에서 나온 ‘14살이다’ 등은 오히려 범죄성립에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했다. 또 성인용 도구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점을 언급하며 “실제 강간의 행위가 없거나 입증하지 못한다 해도 성립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는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죄,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적용하여 기소해야 한다”며 “단 1심에서 부족했던 증거들을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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