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원로들 단합 주문에도 결국 분열 … 민주 "DJ 정신 어긋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인사들의 거센 반대에도 끝내 당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당내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비명(비이재명)계에 불리한 공천 정국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연말 이재명 대표와 가진 막판 회동에서 보인 견해차가 명분을 제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통합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야권을 분열시키는 건 '김대중 정신'과 민주당 정신에서 벗어난 거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나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의 유지에 따른 야권 대통합으로 끝내 정권 교체를 해낼 수 있었지만 오늘 우리는 김 전 대통령 앞에서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 다시 민주주의, 민생 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맞서기 위한 야권 단합을 주문함과 동시에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김 전 대통령을 입으로만 존경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행동하는 양심"이라며 "자신을 전남지사에서 국무총리로 발탁하고 당원들에 의해 당대표까지 역임한 이 전 대표는 돌아와 윤석열 독주 정권에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한 후 탈당을 시사했다. 막 시작된 공천 정국에서 파열음이 나는 등 비명계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예비후보자 검증에서 친명(친이재명)계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인 고양을에 도전했던 NY(이낙연)계 최성 전 고양시장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게 일례다. 부적격 사유는 "당정 협력 일절 불응 등 당의 결정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의 신청을 했지만, 당 이의신청처리위원회에선 최 전 시장의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아빠 찬스'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은 이번 예비후보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노골적으로 비명계에 공천이 분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을 두고 더 이상 대화나 설득,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당내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인 개딸 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연말 이 대표와 회동 자리가 명분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0일 회동이 끝난 뒤 "변화의 의지를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대표직 사퇴 및 통합 비대위 요구를 거부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 피습 사건이 총선에 미칠 파장이 적다는 판단하에 탈당을 결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이 총선을 99일 남겨둔 시점에 발생한 데다, 총선 판세를 좌우할 구도, 인물 , 공약 등의 기본틀이 전혀 짜이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을 흔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대중의 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르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동교동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경우 '김대중의 민주당'을 민주당의 화양연화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정통성을 가진 민주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봤다. 김세희·안소현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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