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회생 등 구조조정 본격화···올 M&A시장 큰 장 선다
9명 중 5명, 경기 침체 따란 산업계 구조조정을 키워드 꼽아
물가·금리·환율 ‘3高 현상’ 지속땐 올해 한계 기업 위기 봉착
새해 법조계 기상도, 4명 “안정” vs 3명 “침체” 의견 엇갈려
로펌, 인재 확보·전문성 강화·리걸 테크 중심 성장 계획 마련
2024년 갑진년 국내 법조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핫이슈’로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도, 회생절차 등 산업계 구조조정이 꼽혔다.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에 부동산 시장 위기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이 산업·법조계 핵심 키워드로 부상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올해 법조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정적일 것이다’ ‘다소 침체될 수 있다’ 등 의견이 엇갈렸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광장·김앤장·대륙아주·바른·세종·율촌·지평·태평양·화우(가나다순) 등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 대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실시한 결과, 9명 가운데 5명이 올해 법조 시장 핵심 키워드로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도, 회생절차 등 산업계 구조조정을 꼽았다.
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는 “경기 악화에 따른 부동산 거래·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내지 중단에 따른 영향으로 부실 자산에 대한 문의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해외 상업 부동산 투자의 부실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법적 대응 방안에 관한 자문도 꾸준히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명수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도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하며, 원인으로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PF 부실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며 “건설회사와 산업적으로 연결돼 있는 여러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만큼 부도, 기업 회생, 이에 따른 인수합병(M&A) 증가 등이 올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는 “금융 시장의 회복이 불투명하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대출 연체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고환률의 ‘3고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한계 선상에 다다른 회사들이 문제가 될 소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 악화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면서 이른바 ‘살아 남기’ 위해 기업들이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실패한 곳의 경우 부도, 기업 회생 등 벼랑 끝에 몰리면서 인수합병이 느는 등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4차 산업 부상이 3명 대표 변호사에게 지목되면서 뒤를 이었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는 “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Chips ACT)이 통과되는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가열에 따라 국내 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ESG와 4차 산업의 부상에 따른 산업계 변화와 규제 리스크는 올해에도 여전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국내 법조계의 올해 ‘기상도’에 대해서는 각 로펌 대표 변호사 사이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9명 가운데 4명은 올해 국내 법조계가 다소 안정적 흐름을 이어간다고 봤다. 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3명은 ‘대체적으로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대표 변호사는 “매출 측면에 있어 대형 로펌은 소폭이지만 꾸준한 성장을, 중형 로펌은 상당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금리 인상이 끝나고, 시장에 전반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퍼지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체로 안정적 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는 “경기 악화로 거래 자문 업무는 줄고 있지만, 규제, 소송 등의 업무는 꾸준하거나, 일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필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는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법률 시장에 있어 올해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법조계 활동 영역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경기 침체에 따라 변호사의 역할이 필요한 업무가 일부 늘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계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지속, 금리 등 경제지표의 불확실성 증대, 지역·무역 분쟁으로 투자 환경이 악화되는 등 기업 활동에 많은 도전이 예상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일부는 소폭의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변호사는 “지정학적 갈등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나 PF 부실, 가계 부채 등 국내 경제의 위험 요인은 여전하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경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며 “경제 성장에 따라 올해 M&A가 2023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성장·안정·침체라는 갈림길에 선 올해 법조시장에서 각 로펌 대표들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한 경영 계획을 준비 중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우수 인력 확보를 통한 업무 역량 강화다. 광장은 형사 공판 분야를 주력으로 강화하는 한편 전문성 강화, 인재 영입을 중심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로펌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목표로 삼았다. 김앤장의 경우 시장 변화·고객 요구에 맞는 맞춤형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올해 인력 확보 등 투자를 지속한다.
바른의 올해 성장 키워드는 업무 세분·전문화다. 파트너 변호사 역량 강화를 위한 비(非)변호사 전문가는 물론 법원, 검찰 내 우수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륙아주는 강점인 송무·조세·회생 분야를 바탕으로 선거, 중대재해, 에너지 등 분야 개척에 나선다. 세종의 경우 산업·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발 맞추고자 법률 이슈 유관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괄하는 융합팀을 선제적으로 설립한한다. 또 대(對)고객 법률 서비스 제공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리걸 솔루션(Legal Solution) 구축 작업도 전문 업체와 함께 추진한다.
율촌도 우수 인적 자원 확보, 리걸테크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계획을 마련했다. 리걸테크를 접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법률 AI 구축한다. 현재 광범위한 법률 데이터를 검색하고, 법률 문서 생성 등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평은 △중대재해 등 규제 대응은 물론 △부동산 PF, 금융 분야 분쟁 해결 △국제 거래·해외 투자 등을 중심으로 업무를 확대·강화한다. 태평양이 강화를 꾀하는 분야는 공정거래, 신기술에 대한 규제, 통상, 영업비밀보호 등으로 향후 산업계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전문 인력을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화우가 올해 추구하는 경영 계획의 키워드는 ‘종합 컨설팅 플랫폼’이다. 송무·자문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기업들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ESG, 정보 보안, AI 등 신사업은 물론 부동산 PF 사태 등에 대비한 전문가들도 꾸준히 영입할 계획이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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