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 용병 좀!" 박찬호 간절한 외침→KIA 고심 끝 100만 달러 꽉 채웠다 '건강하면 에이스' 윌 크로우

신원철 기자 2024. 1. 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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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시절 선발 유망주로 뽑혔던 윌 크로우
▲ KIA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단장님 용병(외국인 선수) 좀요!", "(애런)브룩스 같은 선수로…."

KIA 유격수 박찬호는 올해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시즌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러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바로 외국인 투수, 강력한 외국인 투수다. 박찬호는 5일 한 방송사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심재학 단장을 향해 좋은 외국인 투수만 데려오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외쳤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2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투수를 바꾸는데 썼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던 숀 앤더슨을 교체했으나 1년 만에 돌아온 토마스 파노니도 시작부터 돌풍이었던 마리오 산체스도, 누구도 앤더슨만큼 던지지 못했다.

이 문제가 결국 최종 순위로 직결됐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최상위권 타선을 보유하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팀 타율(0.276)과 OPS(0.735) 모두 통합 우승 팀 LG 트윈스(0.279, 0.755)에 이어 2위였으나 마운드 힘이 부족해 73승 2무 69패로 6위에 머물렀다. 5위 두산 베어스와는 단 1.0경기 차이였다. 박찬호가 수준급 외국인 투수 영입을 외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숀 앤더슨 ⓒKIA타이거즈
▲ 웃지 못한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로니 윌리엄스 ⓒ KIA 타이거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변화에 적극적이었다. 다만 결과가 따라오지 못했다. KIA는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투수에 썼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숀 앤더슨은 14경기에서 4승 7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고도 시즌 중 퇴출됐다. 아도니스 메디나는 12경기에서 단 2승 6패 평균자책점 6.05에 그쳤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도 앤더슨을 넘지 못했다. 2022년 대체 선수로 활약했던 파노니가 다시 KIA 유니폼을 입고 16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파노니는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KIA에 남지 않고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산체스는 7월 합류 후 첫 2경기에서 13이닝 동안 탈삼진을 20개나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투구 폼 교정 문제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12경기에서 4승 4패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5.94에 달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 KIA 투수 애런 브룩스 ⓒKIA 타이거즈
▲ KIA 투수 애런 브룩스 ⓒKIA 타이거즈

▶ "브룩스 같은 선수로…" '대마 퇴출'에도 잊지 못하는 이유

박찬호는 애런 브룩스를 떠올렸다. 브룩스는 2020년 KBO리그에 데뷔해 2021년 대마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를 주문했다는 혐의를 받고 방출되기까지 36경기에서 14승 9패 평균자책점 2.79를 남긴 전 KIA 외국인 투수다.

KBO리그 진출 직전인 201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15경기)와 볼티모어 오리올스(14경기) 소속으로 29경기에 나와 6승 8패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다. 오클랜드에서는 15경기 중 6경기에서만 선발을 맡았지만, 볼티모어로 팀을 옮긴 뒤에는 14경기 가운데 12경기에 선발로 나올 만큼 긴 이닝 투구가 익숙한 선수였다.

이렇게 불과 1년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투수가 갑자기 한국 땅을 밟았다. 배경에는 맷 윌리엄스 전 감독(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코치)의 존재가 있었다. 브룩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절 함께했던 윌리엄스 감독이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브룩스는 2020년 시즌 KBO리그 평균자책점 톱3 투수였다. 가족의 교통사고로 9월말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23경기 등판에 머물렀지만 그것만으로도 151⅓이닝을 책임져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웠다. 11승 4패에 평균자책점은 2.50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우면서도 피홈런이 단 4개에 불과할 만큼 구위와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났다.

2021년 시즌에는 방출 전까지 13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3.35로 KBO리그 첫 시즌에 비해 부진했다. 투구 이닝은 절반(78이닝) 수준이었는데 피홈런은 전년과 같은 4개였고, 볼넷이 늘어나면서 고전했다. 6월에는 오른팔 굴곡근 염증으로 1군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복귀 후에는 페이스가 올라오나 했는데, 그만 후반기를 앞두고 대마초 성분 전자담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브룩스는 고의로 주문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구단은 철퇴를 내렸다. 법원은 브룩스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선고를 내렸다.

▲ 7일 KIA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이 공식 발표된 윌 크로우 ⓒKIA타이거즈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KIA 에이스 후보 윌 크로우

브룩스 이후 KIA가 영입한 선수들 가운데 실패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2년 션 놀린이 21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했다. 단 놀린은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2달 가량 자리를 비우면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에게 고민을 안겼다. 로니 윌리엄스(10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5.89)의 퇴출 뒤 대체 선수로 들어온 파노니는 14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2.72로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했지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해 또 한번 대체 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최근 3년 동안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 사건에 발목을 잡혔던 만큼 KIA는 새 원투펀치 구성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나섰다. 결국 2023년이 끝날 때까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의 총액 120만 달러 재계약만 확정했을 뿐 투수는 한 명도 계약하지 못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첫 일주일이 지나기 전 첫 번째 투수 영입을 마쳤다.

KIA는 7일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Wil Crowe, 우투우타, 1994년생)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 크로우는 2021년 풀타임 선발에 도전했으나 아쉬운 성적을 남긴 뒤 주로 불펜으로 뛰었다

미국 테네시주 킹스턴 출신인 오른손투수 크로우는 우완 투수로 신장 185cm, 체중 108kg의 체격을 지녔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5시즌 동안 활동했다. 드래프트 3수 끝에 2017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13년에는 31라운드, 2016년에는 21라운드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재 가디언스)의 지명을 받았다가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인 세 번째 도전에서 지명 순위가 급상승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에 출장해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주로 선발로 나왔으나 2022년과 2023년은 65경기 가운데 단 1경기만 선발로 등판했다. KIA는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 25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전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크로우는 불펜투수로 뛰었던 지난해 슬라이더와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스위퍼를 던졌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2021년에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싱커, 커브까지 5개 구종을 구사했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패스트볼을 줄이고 슬라이더를 늘리는 동시에 스위퍼를 장착했다.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3.6마일(약 150.6㎞)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75경기(선발 59경기)에 나서 21승 1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직전이었던 2019년 한 시즌 26경기 선발 등판에서 149⅓이닝을 투구하며 7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을 남겼다. 선발 경험이 전혀 없는 투수는 아니다.

올 시즌에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5경기에 출전해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을, 마이너리그에서는 17경기(선발 3경기)에 나서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 KIA 심재학 단장 ⓒ곽혜미 기자
▲ 김종국 감독 ⓒ곽혜미 기자

이번 영입을 추진한 KIA 심재학 단장은 "윌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 투수로, 최고 시속 153㎞의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려할 만한 점도 있다. 크로우는 지난해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2개월 반 이라는 긴 공백기를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 4월까지 던지고 복귀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7월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마지막 3경기는 모두 3이닝 이상 투구했고, 최종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활약하며 건재를 알렸다. 직전 시즌 부상 이력이 있는 만큼 KIA는 신중한 메디컬테스트로 크로우의 상태를 살핀 뒤 영입을 최종 확정했다.

▲ 파노니 ⓒ곽혜미 기자
▲ KIA 타이거즈 마리오 산체스 ⓒ KIA 타이거즈

▶ 2명 그대로 간 적이 없다, KIA 외국인 투수 잔혹사

2021년

애런 브룩스 13경기 78이닝 3승 5패 3.35(대마 퇴출)

보 다카하시 7경기 36⅔이닝 1승 3패 4.91(대체 선수)

다니엘 멩덴 21경기 120이닝 8승 3패 3.60(오른팔 부상)

2022년

션 놀린 21경기 124이닝 8승 8패 2.47(종아리 부상)

로니 윌리엄스 10경기 44⅓이닝 3승 3패 5.89(방출)

토마스 파노니 14경기 82⅔이닝 3승 4패 2.72(대체 선수)

2023년

아도니스 메디나 12경기 58이닝 2승 6패 6.05(방출)

토마스 파노니 16경기 82⅓이닝 6승 3패 4.26(대체 선수)

숀 앤더슨 14경기 79이닝 4승 7패 3.76(방출)

마리오 산체스 12경기 63⅔이닝 4승 4패 5.94(대체 선수)

▲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윌 크로우.

KIA는 최근 3년 동안 매번 외국인 투수를 적어도 1명 이상 교체했다. 첫 선택이 어긋난 가운데 다음 선택도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교체 카드가 적중한 경우는 2022년의 파노니 한 번 뿐이었다. 심재학 단장 체제에서 맞이하는 첫 스토브리그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 어느 팀보다 신중하게 외국인 선수를 결정해야 했다.

기존 국내 선발투수 3명,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 모두 왼손투수라 외국인 투수는 오른손으로 골랐다. 부상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0㎞가 넘고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어차피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했다. KIA는 우선 외국인 투수 카드 한 장을 '모험'에 던졌다. 원래 새 외국인 투수 2명 영입을 동시에 발표하려 했으나 나머지 한 명은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영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어낸다면 KIA는 단번에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팀으로 꼽힌다. 박찬호는 방송에서 최형우와 나성범 등 기존 주전 선수들이 아직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올해가 우승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 첫 조건이 '브룩스 같은' 외국인 투수였다. 심재학 단장은 박찬호의 외침대로 브룩스처럼 던져줄 수 있는 투수를 한 명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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