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법정관리땐 모든 채권 동결…협력사 1000여곳 '덜덜'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1.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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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무산 위기' 태영, 채권단과 막판까지 줄다리기
강력 압박에 입장 바꾼 태영
"8일 건설사에 890억원 지원"
당국 "돈 들어와야 믿을 것"
사재출연 등 추가자구안 침묵
"건설사 꼬리 자르기" 지적도
정부, 법정관리 시나리오 대비
협력사·수분양자 지원책 마련

◆ 태영 구조조정 ◆

태영건설이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대신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장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회생절차로 가면 금융 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이 조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태영건설의 하도급을 받아 일해온 협력업체 581곳과 구매처 494곳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추가 자구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최후 통첩한 주말(6~7일)까지 태영 측은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8일 새벽까지 기다려줄 것으로 관측되지만 '워크아웃 개시'로 가기에는 장애물이 높아 보인다.

태영건설이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는 대신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7일 예정됐던 경제·금융·부동산 수장이 모이는 비상경제 점검회의(이른바 'F4+1' 회의)도 개최되지 못했다. 태영그룹이 결국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구심 속에 정부도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날 금융당국 중심으로 정부·금융 관계기관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에 대비한 여러 경우의 수를 점검하며 협력업체·수분양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소된 'F4+1' 회의는 8일 열릴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사실상 정부의 최종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날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최우선 조건으로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해소에 사용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원과 동일 수준의 자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 빚을 대신 갚았으니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이란 취지로 해명하는 것에 불쾌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태영그룹은 지난 3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이 총 2062억원인데, 이 중 윤재연 블루원 대표(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딸) 몫인 513억원을 제외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영건설로 실제 이전한 자금은 659억원뿐이고 나머지 890억원은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채무 변제에 썼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자구안 이행 약속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고 워크아웃 논의를 이어가려면 890억원 지원 이슈부터 선제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채권단의 거센 반발에 따라 태영 측은 7일 밤 '8일 오전까지 890억원을 납입(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에 대한 890억원 지원은 워크아웃 개시 협상을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고 실제로 어떻게 돈이 들어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채권단 예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재를 출연하는 데 그쳤는데, 추가로 돈을 내놓을지 여부도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다. 채권단에서는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오너 일가가 2000억원을 사재로 출연한 점, 태영건설 우발채무 규모가 2조5000억원 정도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최소 3000억원 이상을 출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내놓은 돈은 현재 총 484억원뿐이고 이 가운데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416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된 사재는 68억원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재연 대표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 본인 돈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대표가 본인은 태영건설 경영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과연 현 상황에서 적절한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태영건설에 자구 노력을 압박했지만 태영건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정부는 태영건설의 처리 방향을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태영건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협력사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태영건설과 연관된 회원사 461곳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피해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외상 매출 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조건을 바꾸고 만기를 늘려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우선 수분양업체와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회생절차를 택하면 태영그룹이 이번 기회에 부실한 태영건설을 털어내고 공중파 방송사인 SBS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윤 창업회장 일가가 SBS를 소유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판 여론 속에서 티와이홀딩스는 기존 입장만 반복 중이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재 출연이나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와 관련해서도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아직은 아무것도 말할 게 없다"고 답했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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