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정위기 심각한 상태 … 세금 안올리면 경제성장 발목"
국가 신용등급까지 악영향
지금 결단안하면 정치실패
미국 금리인하 시작되면
자금 신흥국으로 이동 재개
환율 변동성 커지지 않을 것
◆ 2024 전미경제학회 ◆
"미국의 재정 상황은 지금 심각하다. 정부 지출에 보조를 맞춰 세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정치적 실패다."
전 세계 경제학자 2만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미경제학회 부회장이자 국제금융 분야 석학인 린다 테사르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가 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의 과도한 정부 부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테사르 교수는 "위기의 순간에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은 잠재적으로 불안하고 그 자체로 미국의 정치적·재정적 평판을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고삐 풀린 미국 국가 부채가 더 불어나기 전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작년 9월 말 33조달러였던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석 달 만에 1조달러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34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고금리로 인해 정부 부채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난 데다 세수가 줄고 재정지출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작년 11월 국가 부채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테사르 교수는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국립경제연구국(NBER)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 공동 책임자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4~2015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바 있다.
테사르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주시하면서 미국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금리 수준에 비해 경기는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다"고 평가하면서 소비지출 호조와 낮은 실업률을 언급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시기에 받았던 '배당'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경기는 악화되고 미국 금리의 빠른 하향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사르 교수는 "궁극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는 2%, 장기 실질금리는 1~2%대, 연준의 장기 명목금리는 3~4%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기조로 피벗(방향 전환)을 하면 글로벌 자금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테사르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글로벌 펀드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빠져나와 미국으로 유입되었다는 부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신흥국과 개도국의 매력적인 투자처를 향한 수익률 탐색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10년 전보다 원활해진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코로나 위기가 글로벌 자본 흐름과 환율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러한 변동성이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금융위기까지 촉발하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테사르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더욱 견고한 금융 시스템을 개발하고 더 나은 헤지 방법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인하와 맞물려 미국달러 가치를 예측하는 것을 경계했다. 테사르 교수는 "아주 긴 시간을 두고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 근거해 통화를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 통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너무 많아서 통화 방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테사르 교수는 이날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매경·한미경제학회(KAEA) 포럼' 연사로 나와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외 한인 경제학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테사르 교수는 통화동맹에서 노동이동성과 실업률 상관 관계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노동이동성이 활발하고 환율 조정이 유연할 경우 국가 간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 차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 소득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높아질 경우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품 가격 하락, 상품 생산 촉진,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샌안토니오 기획취재팀=윤원섭 뉴욕 특파원 / 홍장원 뉴욕 특파원 / 박윤예 뉴욕 특파원 /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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