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18살 고딩 …"삼성·현대 보고 꿈 키웠죠"

이호준(lee.hojoon@mk.co.kr) 2024. 1. 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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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한 고교생 3人
홍진솔 '펜스' AI 판례 검색
나홀로 민사소송 많은 데 착안
소송 가이드 사이트 제작
유도희 '호랑에듀' 한글코딩
컴퓨터언어 '영어장벽' 주목
정부서 5000만원 지원 받아
김창환 '익스팬드' 굿즈 거래
사기 거래 없는 시스템 구축
고액 물건도 안전하게 구매

"어릴 때부터 현대, 삼성 같은 기업의 경영인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창업 스토리를 공부하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프트웨어 특성화 고교를 다니며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이런 역량으로 삶을 구성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창업했습니다."(김창환 익스팬드 대표)

"창업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실패가 있을 것이고, 저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죠. 재밌어서 도전했던 활동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씩 걸어가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세요."(유도희 호랑에듀 대표)

남들은 한창 학업에 열중할 시기인 고등학생 때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어린 대표'들이 있다. 멋진 대기업 대표들을 본받고 싶어서, 현행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바꿔나가기 위해서 등 창업 계기는 다양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실패해도 조급해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창업을 해나간다면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펜스가 개발한 '로챗'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판례 검색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홍진솔 펜스 대표는 국내 전체 민사소송의 72%가 나 홀로 소송자라는 것을 듣고 소송 가이드 사이트를 제작하기로 계획했다. 이용자 피드백을 통해 판례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 AI 서비스를 구상했다.

로챗은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키워드가 아니라 입력한 문장의 맥락을 기준으로 유사도가 가장 높은 판례를 순위별로 제공한다.

펜스는 지난해 4월에 창업중심대학 프로그램에 선정된 뒤 SAGE창업월드컵에서 국내 1위,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창업유망팀300 도약트랙에 선정된 후 교육부 대표로 도전해 K스타트업 본선에까지 진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리걸테크 학문화의 시발점인 스탠퍼드 로스쿨에서 피칭을 하기도 했다.

용인외대부고 3학년으로 졸업을 앞둔 홍 대표는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로앤컴퍼니, 로앤굿 등 많은 스타트업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내고 있는데, 펜스도 나 홀로 소송의 울타리가 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호랑에듀는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쉬운 코딩 교육을 진행한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 3학년인 유도희 호랑에듀 대표는 "나는 정보교과 교육이 의무화된 2015 교육과정의 첫 세대지만 이 교육과정에서는 블록 코딩과 텍스트 코딩의 간극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컴퓨터언어'와 '영어'로 배우는 코딩은 매우 어렵다. 이 '언어의 장벽'에 주목해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코딩 교육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자금 조달을 위해 연초마다 열리는 예비 창업가 대상 지원사업에 지원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2023 생애 최초 청년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 내외의 정부지원금을 확보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하고 호랑에듀가 중기부 '2023 컴업(COMEUP) 스타즈 기업'에 선정돼 그해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컴업 행사에서 아카데미리그 IR 피칭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교육 분야 코스닥 상장사 오픈놀과, 8월에는 안산시청소년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코딩 교육 콘텐츠 고도화를 진행했다. 호랑에듀는 현재까지 15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한글 코딩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다. 익명으로 조사한 결과 수업 만족도는 평균 8점대를 기록했고, 90%의 학생들이 쉽고 재밌다고 응답했다.

익스팬드의 아이템은 채플(가칭)이라는 K팝 굿즈 전문 거래 플랫폼이다. 김창환 익스팬드 대표는 기존에 굿즈를 거래하려면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불편하게 거래했던 경험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고액의 굿즈를 중고 사기 피해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안전거래 시스템을 통해 중고 굿즈를 안전하게 거래하도록 한다. 2차 굿즈 창작자가 아이템을 홍보하면서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기존에 2차 굿즈를 구입하는 사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일정치 못한 품질을 인증제도를 통해 상향 평준화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지난해 6월에 설립된 회사지만 생애 최초 청년 창업 지원사업 선정을 시작으로 다양한 외부 활동에 참여했고, 회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SI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다.

경북소프트웨어고 3학년생인 김 대표는 창업에 관심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나는 창업을 갑작스럽게 준비해 놓친 게 많다"며 "창업을 한다면 아이템을 만드는 데 어떤 게 필요한지 합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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