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강성지지층과 정치인의 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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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이처럼 이 대표 측에 별다른 경각심을 주지 못했던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내 다른 의원들, 특히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늘 불안한 존재였다.
친명계 정치인들은 강성 지지층의 화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박을 깨겠다'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강성 지지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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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용지를 방문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지지자 행세를 하던 가해자 김 모씨가 취재진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을 찔렀다. 당시 기자는 김씨와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 김씨는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종이 왕관을 쓰는 등 애초부터 눈길을 끄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는 별달리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늘 보던 이 대표 지지자 가운데 한 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현장은 항상 취재진, 유튜버,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 대표는 지지자의 응원에 유독 잘 호응하는 정치인이었다.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하기 전 모두가 방심했던 이유다. 이처럼 이 대표 측에 별다른 경각심을 주지 못했던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내 다른 의원들, 특히 비명계 의원들에게는 늘 불안한 존재였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인터넷에는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살해하기 위해 소총을 준비하겠다"는 협박 글이 올라왔다. 지역에는 비명계 의원들의 얼굴에 깨진 수박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이들을 처단하겠다'는 글귀가 적힌 '수박 처단 현수막'이 붙었다. 친명계 정치인들은 강성 지지층의 화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박을 깨겠다'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혐오로 번져가는 당내 계파 갈등을 오히려 정치적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지지자를 만날 때도, 길거리를 지날 때도 수박이라고 테러를 당할까 늘 걱정해왔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번 피습은 예고된 참극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국회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 기간에 두 차례의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강성 지지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최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나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뒤 자신의 강성 지지층 문제를 되돌아보며 '통합'의 물꼬를 텄으면 좋겠다.
[위지혜 정치부 wee.jiha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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