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영세中企에 중대법 강행만이 능사인가

고재만 기자(ko.jaeman@mk.co.kr) 2024. 1.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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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서 목재·석재 가공업을 하는 A사는 직원 22명 중 사장, 인사 담당자, 경리 담당자, 경비원 등 6명을 제외한 16명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다.

A사 사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료 컨설팅을 두 차례 받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할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 유예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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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7일부터 50인미만 적용
영세기업 84% "준비 안 됐다"
전문인력·조직 갖출 여건 안돼
강력한 법 시행 불구 재해 여전
현장과 따로 노는 법안이 문제
2년 유예하고 원론부터 고민을

충북 제천에서 목재·석재 가공업을 하는 A사는 직원 22명 중 사장, 인사 담당자, 경리 담당자, 경비원 등 6명을 제외한 16명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다. A사 사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료 컨설팅을 두 차례 받았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무료 컨설팅 내용이 사전 예방책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업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컨설턴트가 알려준 '산업안전 임직원 선언문'을 만들어 직원 서명을 받으려 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명하기 귀찮다' '이런 서류에 서명하라고 하면 회사 관두겠다' 등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안전관리 담당자를 채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A사 사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현장일을 할 사람도 못 구해 난리인데 요즘 몸값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안전관리 전문가가 지방 영세기업에 오겠느냐"며 "일단 한국말 하는 직원이 몇 명 없고, 한국인 중에서도 복잡한 법 내용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할 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국회에는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어느 쪽이 표에 유리할지 머리만 굴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유예기간 추가 연장을 놓고 찬반이 거세다. 노동계를 비롯한 반대쪽은 '법을 지킬 의지가 있는 기업은 이미 준비할 수 있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정부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무료 컨설팅과 교육, 가이드북 배포 등 지원을 했는데, 또 유예하자는 것은 애초에 법을 지킬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 유관단체 등 연장을 주장하는 쪽은 현실을 얘기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매일경제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84%가 '아직 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영세사업장에서는 사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을 경우 폐업에 내몰리고, 임직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재해 발생률을 낮추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자는 법인데, 이를 또 유예해달라고 하는 것부터가 불리한 게임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정 당시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 형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데 '사업주 형사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옥상옥'의 법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 대기업은 문제가 없겠지만, 과연 이 법이 영세기업 사업주가 의지만 갖는다고 지킬 수 있는 수준인지 한번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영세기업이 법을 지킬 능력이 안되는데 무조건 강행을 외치는 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에 맞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주를 범죄자로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기업에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또 기업 규모별, 산업별, 업종별로 명확한 안전의무 이행 기준을 주고, 미충족 시에만 처벌하는 등 법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해 중소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더 주고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회·노동계·경영계는 강력한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왜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재만 벤처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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