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티'·'아옮'에 '암행어사 전형'까지···가요계는 '암표 전쟁' 중[허지영의 케잇슈]
다양한 수법에 사기까지 빈번
법 개정 없이는 근절 어려워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부정 티켓 거래에 대한 팬 여러분의 제보를 받습니다. 부정 티켓 거래의 증거(공연 일시, 예매자 정보, 거래 가격 등)가 정확히 확인되는 경우에 아래와 같이 상품을 증정하고자 합니다.”
오는 19일 개최되는 가수 우즈(WOODZ)의 앙코르 콘서트 예매 상세페이지에는 '부정 티켓 거래 관련 방침 안내' 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건 '제보자 상품 증정'이다. 제보자가 해당 공연 티켓 예매자라면 미공개 포토 카드를, 비예매자라면 공연 티켓을 증정하는 파격적인 방침이다. 이 안내문을 본 K-팝 팬덤은 '암표 단속의 끝판왕', '암행어사 전형'이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범준이 '예매 티켓 일괄 취소'라는 초강수를 내세우기도 했다. 장범준은 3년 만의 소극장 콘서트 'ㅈㅂㅈ평일소공연' 티켓팅을 앞두고 "(암표 거래를 막을)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킬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책을 예고했지만, 1일 티켓팅 직후에는 온라인에 정상가 5만 5000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인 15만 원 선을 상회하는 가격의 암표 거래 글이 올라왔다.이에 장범준은 "공평한 방법을 찾겠다"며 공연 예매 티켓을 일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보 받고 모니터링하고...소속사의 암표 대응책 = 소속사와 아티스트 본인, 가요계 협회 등 업계가 두 손 걷고 암표 근절에 나서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는 암표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임영웅의 콘서트 온라인 암표 거래가가 500만 원에 등장한 사건은 유명하다. 이 밖에도 성시경·이소라·엔시티 등 싱어송라이터부터 아이돌 그룹까지 대부분의 국내 공연에서는 기존 티켓가의 70%에 육박하는 지나친 웃돈 거래가 문제되고 있다.
소속사들은 저마다 암표 근절을 위해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우즈와 아이유가 소속된 이담 엔터테인먼트(이하, 이담)가 적극적이다. 이담은 지난해 9월 열린 아이유의 팬 콘서트 '아이+유니버스'에서도 '암행어사 전략'을 선보였다. 당시 팬들의 제보로 적발된 부정 티켓 거래 정황은 12건. 실제로 부정 거래 티켓을 제보해 티켓을 받은 팬도 나타났다. 팬은 SNS에 "꿈만 같다. 너무 울어서 제정신이 아닌데 이거 맞죠"라며 소속사로부터 받은 티켓을 공개해 훈훈함을 안기기도 했다.
500만 원을 호가하는 암표 거래가로 논란이 된 임영웅 콘서트 측도 암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속사 물고기뮤직과 예매처 인터파크뮤직은 최근 진행 중인 임영웅의 전국 투어 '아임 히어로'에서 지속적으로 부정 예매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달 15일 열린 고양 콘서트에서는 부정 예매로 추정되는 295건의 예매를 발견했고, 예매처는 무통보 일괄 취소로 강경 대응했다.
◇댈티·아옮에 입장 사기까지...진화하는 암표 판매 수법 = 기실 암표 거래는 아티스트와 소속사, 티켓 예매처가 힘을 합친다 한들 100%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속사가 제보를 받아 티켓을 취소하고, 티켓 예매처가 매크로(Macro·티켓팅을 할 때 좌석을 빠르게 잡을 수 있는 컴퓨터 명령어의 총칙)를 모니터링해 암표상을 잡아낸다 해도 처벌은 '티켓 취소'가 최선이다. 내년 3월부터는 공연법 개정이 적용돼 매크로가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조직화·기업화된 암표상 개개인의 매크로 사용 및 티켓 구매를 일일이 적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온라인 거래와 매크로를 일일이 잡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소속사는 입장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택하기도 한다. 예매자 아이디와 유효 신분증의 실명을 대조하고, 신분증과 관객의 얼굴까지 대조한다. 얼굴이 지나치게 다르거나 아이디·신분증의 이름이 불일치할 경우 추가 본인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예매자 본인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입장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콘서트 현장에서는 암표상에게 표를 샀다가 본인 확인 절차에 가로막혀 입장을 하지 못한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단순히 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대리티켓팅', '아옮' 등의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대리티켓팅은 구매자가 암표상에게 '티켓팅 능력'을 사는 것이다. 매크로 등 불법 티켓팅 프로그램을 보유한 암표상이 구매자에게 '선입금'을 받고 구매자의 아이디로 대신 티켓팅을 진행한다. 설령 구매자가 원하는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선입금은 환불되지 않는다. 암표상이 좌석을 잡았을 경우에는 10만 원 이상의 '수고비'를 추가로 받는다. 구매자는 티켓 예매에만 티켓비를 제외하고도 2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아옮은 '아이디 옮기기'의 줄임말이다. 암표상들이 소속사의 강화된 입장 절차를 모면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자의 아이디로 재예매해주는 방식이다. 암표상은 구매자에에 티켓이 예매된 제3의 아이디, 그리고 구매자의 아이디를 받는다. 그리고 티켓이 예매된 아이디로 로그인해 티켓을 취소시키고, 동시에 구매자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해당 티켓을 잡는다. 이 경우에도 '의뢰비'가 들며, 실패할 시 티켓은 반환되지 않는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아이디를 받아가놓고 실패했다며 티켓을 먹고 날랐다'는 후기가 왕왕 등장하는 상황. 구매자는 비싸게 주고 산 암표를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암표 완벽 근절? 법 개정부터 필요해 = 결국 암표가 기승을 부릴수록 손실을 입는 건 관객이다. 업계는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와 소속사, 예매처와 더불어 정부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거래되는 암표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우선 처벌이 가능하게끔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현 경범죄 처벌법은 장소가 공연장 입구로 한정돼 있다. 이는 예전에 온라인 티켓이 없을 때 가능했지, 지금은 온라인으로 거래하고 티켓을 주고받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을 다 포함해야 한다"고 짚었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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