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정국’ 2라운드로···여당, 재표결 ‘속전속결’ VS 야당, ‘권한쟁의 검토부터’

박순봉 기자 2024. 1. 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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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두고 2라운드 공방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이 배우자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보고,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여야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두고 1라운드 공방을 벌인 여야가 이번에는 재표결 처리에 대한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김건희 특검 정국’ 2라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리한 이슈인 ‘김건희 특검법’ 정국을 하루 빨리 끝내고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속전속결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된 후 가능한 가장 빠르게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여당 대응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즉각적으로 행사한 건, 국민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당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빌미로 재표결을 미루다가 본격적인 공천 시기에 재표결 날짜를 잡으면 여권의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검은 속셈”이라며 “민주당이 이처럼 정략적 의도로 재표결을 미루는 것 자체가 쌍특검법이 총선용 전략의 산물임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정치적 혼란을 멈추고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않았단 점도 부각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의도와 내용, 방법 등 위헌성 다분한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상식이냐”며 “권한쟁의 심판의 결과까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민주당도 알고 있을 텐데 총선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속셈 아니냐”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9일 본회의에는 (쌍특검법 재표결이)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며 “(쌍특검법 재표결을 위해선) 여야 합의로 안건을 정하거나 의사일정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한 두차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 첫 번째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월요일에(8일에) 홍익표 원내대표가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비공개 간담회가 있다”며 “의견을 청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 공방 국면을 오래 끌어가려고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거부권 정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야당은 또 재표결 시점이 뒤로 미뤄질수록 여당 내 이탈표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시점이 뒤로 밀리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지난 5일 “거부권은 방탄권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에 참여하려는 현역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여당 혁신을 추진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거부권 정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도 본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은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국회가 언제 재표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법에 정해진 바가 없다”며 “법적인 문제를 다 검토하고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기자에게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분리하려고 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결국 같은 편이란 걸 국민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김건희 특검’ 2라운드에 해당하는 재표결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해 9일 재표결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경우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거나, 국민의힘이 의사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그간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안건은 상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의사일정 변경을 국민의힘이 요청하더라도 표결을 거쳐야 해서 다수당인 민주당 반대로 부결될 수밖에 없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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