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할 차이가 만드는 고객 만족에 온 힘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4. 1. 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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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봉석 LG 부회장
타자가 12타석에 안타 1개 더 치면
美메이저리그선 연봉 10배나 벌어져
기업도 미세한 실력차이가 명운 갈라
고객가치 앞세워 AI·바이오 집중투자

"메이저리그에서 2할5푼을 치는 타자는 연봉 150만달러를 넘기기 어렵죠. 반면 3할3푼을 치는 타자는 1500만~2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작 12번 타석에서 한 번 더 치는 정도인데 연봉의 차이는 10배가 넘습니다."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권봉석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이끄는 인물이다. 권 부회장은 최근 29년 만에 야구 우승을 한 LG 트윈스를 두고 기뻐하면서 이 같은 일명 '0.8할 차이' 경영론을 직원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1등과 2등의 실력 차는 크지 않다"면서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회사의 명운을 가른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2022년 (주)LG 대표이사로 선임돼 COO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이를 구체화해 사업에 접목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권 부회장의 역할이다.

권 부회장에게 '0.8할의 차이'를 끌어낼 수 있는 핵심 차별화 방안은 구 대표가 함께 세운 '고객가치 철학'이다.

2018년 취임한 구 회장이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진화·발전된 고객가치 경영철학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전체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전파·확산해 조직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LG 계열사 전반에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한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권 부회장이 이러한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는 것이 해마다 고객 가치를 혁신한 구성원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LG 어워즈'다.

해마다 수상 기준을 엄격하게 높여가는데도 2019년 27개 팀에서 지난해 112개 팀이 수상하며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대상은 과일나무의 '화상병'을 막는 안전한 바이오 방제 솔루션을 개발한 팜한농팀 등이 받았다.

최근 LG는 고객 가치를 토대로 미래 준비에 집중하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고객 가치 추구는 실제 10년 후 미래를 대비하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로드맵으로 구체화했다. 권 부회장은 "지주사는 상대적으로 단기적 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계열사가 놓치기 쉬운 10년 후 미래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2026년까지 인공지능(AI)·데이터 분야에 3조6000억원, 바이오에 1조5000억원, 클린테크에 1조8000억원 등 7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AI는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초거대 AI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며 AI 분야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선 세포 치료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질환과 같은 질병을 정복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LG화학이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합병하며 미래 혁신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항암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ABC의 마지막 축인 클린테크 분야 핵심은 전기차다. 권 부회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폐플라스틱과 폐배터리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 미래 시장을 위한 역량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러한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잘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권 부회장은 1987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후 전략·상품기획·R&D·생산을 두루 경험한 융합형 전략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당시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LG전자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사업 본질의 고도화를 추구하자"고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 권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LG전자의 성장 한계 사업을 정비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구 회장의 뜻을 이어 2021년 26년간 이어오던 휴대폰 사업 종료를 주도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2021년 LG전자가 창립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제 LG그룹의 COO로서 'ABC 비전' 달성을 위한 책임을 맡은 권 부회장은 단기적 성과 마련에 급급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눈앞의 결과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하는 게 그의 리더십이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시절 사내벤처, CIC, 사내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 등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며 젊고 속도감 있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썼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는 '성장 잠재력'에 중점을 두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직원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권 부회장은 '소통'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칭찬이 좋은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 부회장은 평소에도 "칭찬은 구성원에게 가장 효율적인 동기 부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 부회장이 LG전자 CEO로 재직할 당시 미국 CES에서 구성원을 칭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권 부회장은 행사를 마친 후 모두 모인 자리에서 구성원 모두의 이름과 직책을 일일이 호명하며 치하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CES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언급하면서 현장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권봉석 부회장 △1982년 부산 대동고 졸업 △1987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7년 LG전자 입사 △2012년 LG전자 MC사업본부 상품기획그룹장 △2014년 LG전자 HE사업본부장 △ 2018년 LG전자 사장 △2022년 (주)LG COO·부회장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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