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 재표결 언제?..."빨리" vs "권한심판"
여야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9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온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특혜 의혹 등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놓고 날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바로 재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당장 재표결하면 가결 정족수인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즉시 폐기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면 짧게는 석 달, 길게는 2년에 달하는 심판 기간에 비춰볼 때 적어도 4월 총선까지 쌍특검 문제가 대여공세용 카드로 이용될 수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라며 "8일 홍익표 원내대표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헌재의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도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특검 검찰수사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이나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혹은 국가기관과 지자체 사이에 권한에 대한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헌재가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가족 관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헌재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국민 다수가 특검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이 문제에 대해 민의를 받아들여서 재의결에 적극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한쟁의심판의) 과정에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추진 자체가 총선용 전략이라며 반발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권한쟁의심판이 진행되면 당장 폐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어 총선까지도 야당 공세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하지만 이는 훈시규정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통상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일례로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이 국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도 각각 270일, 329일이 걸렸다. 역대 최단 시간 내 결론을 낸 사례로 꼽히는 2009년 미디어법(방송법,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100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는데, 이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의 시행 전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여당은 민주당이 쌍특검의 재표결 시점을 최대한 미뤄 재의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절차를 악용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현재 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180석 정도의 야권 의석을 모두 합해도 가결까지는 20표 가량 부족하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재표결이 진행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천 결과에 반발한 여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표를 규합해 가결을 노려볼 수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는 오로지 재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가 뻔히 보이는 꼼수"라며 "정치적 혼란을 멈추고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해야 한다. 야당이 그 시기를 미루려 할수록 특검법안이 총선 직전 민심 교란용 전략이자, 정략적 산물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을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이 정쟁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미 본회의에 부의된만큼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제출한 특벌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또 여야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9일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신설을 골자로 한 우주항공청특별법도 통과시킬 계획이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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