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녹위 홍보에 이용당했다…약속과 다른 불투명·일방 소통”

기민도 기자 2024. 1. 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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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녹위가 낸 첫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 발표 관련
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한 청년들 “유스워싱에 동원” 반발
기후청년단체 류상재 빅웨이브 공동대표와 조혜원 턴테이블 공동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유스워싱 중단’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26일 이 장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단으로 위촉됐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우리 또 이용당했구나.” “‘유스워싱’(청년의 목소리를 이용해 홍보하거나 포장하는 행위), 과대포장, 허위광고.”

탄소중립 녹색성장 이행점검에 참여한 청년 다섯 명 중 두 사람인 류상재 ‘빅웨이브’ 공동대표와 조혜원 ‘턴테이블’ 공동대표는 지난 4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낸 보도자료를 보자마자, 각각 이런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했다.

앞서 탄녹위는 ‘기후위기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 첫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탄녹위는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제 6차 전체회의’를 서면으로 진행한 뒤, ‘2022년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과제’이행 실적 점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점검 내용은 올해 본격 수립에 나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반영할 예정이다.

5일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조혜원(30) 대표와 류상재(35) 대표는 지난 7월 탄녹위 쪽에서 투명한 소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행 점검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유스워싱을 경계하긴 했지만, 김상협 탄녹위원장이 이행점검단 내에서 평등한 지위를 약속하고, 이행지표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기대를 가지고 참석했다”고 밝혔다. 직장인인 류 대표는 “탄녹위가 직장인 신분으로 참여해도 점검에 무리가 없도록, 투명하고 일방적이지 않은 소통을 하며 운영하겠다고 약속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기후청년단체 류상재 빅웨이브 공동대표와 조혜원 턴테이블 공동대표가 지난 5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이들이 참여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단은 총 73명으로 탄녹위 위촉위원 33명, 전문위원 20명, 이해관계자 20명(청년·미래세대 5명, 시민사회단체 5명, 노동·농어업·산업·과학기술계 등 10명)으로 꾸려져 있다. 이행점검단은 총 4개 분과로 나뉘어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산업 전환 △공정전환·기후적응 △녹색성장·국제협력 분과로 운영됐다.

지난달 탄녹위가 발표한 ‘2022년도 탄소중립·녹색성장 이행점검 결과’ 보고서에서 주요 경과 보고 내용을 적은 것을 보면, 지난해 8~12월 “점검팀 공식 대면 회의 7회+점검팀 별 온라인 상시 논의”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온라인에서 수시로 상의했다고 적어놨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온라인 소통 채널 자체가 없는 분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보고서에선 총 7회 회의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실제 분과별 회의 횟수 또한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 분과 소속이었던 류 대표는 지난해 7월26일 위촉식을 제외하고는 대면 회의를 2번 한 것이 회의의 전부라고 밝혔다. 조 대표가 참여한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는 두 차례의 대면·온라인 병행 회의를 한 것에 그쳤다. 또, 165쪽에 달하는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현업을 겸하고 있는 점검단원들에게 3일 이내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고, 회의 내용 또한 전날 급하게 전달 하는 등 기대에 비해 회의가 밀도있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 대표는 “정부 차원의 비협조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관련해 한국전력공사, 기획재정부, 산업부가 같이 모여 논의해보자고 (점검단이) 3번 요청했고, 탄녹위도 그러겠다고 했지만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 점검 내용 별로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서의 책임자들이 나와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불투명한 소통 방식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류 대표는 “보도자료와 보고서에 들어 있는 정보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모른다. 탄녹위가 그냥 썼어도 저희는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 또한 “회의 때는 무탄소에너지(CFE) 글로벌 확대를 거론한 사람이 없었다”면서 “누구의 의견인지 모르지만 보도자료에는 이 부분이 강조돼 기재됐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보도자료와 보고서에는 “부문별 주요 정책제언 중 ‘전환’ 부분에서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수소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하는 CFE 글로벌 공감대 확산 필요”라고 쓰여 있다. 두 사람은 각자 소속 분과를 통해 총 10개 정도 의견을 냈지만 이 가운데 민감하지 않은 1~2개만 받아 들여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실한 이행점검 문제는 청년들 외 다른 참여자들에게서도 지적됐다. ‘공정전환·기후적응’분과에 이해관계자 자격으로 참여한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점검단이 정책과제 별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고 실행 단위로부터 보고도 받고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자료 공유하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이 맞다”며 “이런 이행점검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검팀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위촉식 다음 첫 회의에 참여한 뒤 ‘제대로 점검이 되려면 일정이 중요한데 가능할까, 많은 것을 점검하고 의견 수렴을 받아야 하는데 일정이 너무 빠르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촉박한 점검 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탄녹위 관계자는 “이행점검단을 운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금 부족하게 느꼈을 수 있다”며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해 1월부터 2023년도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니, 앞으로 부족한 사항은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보완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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