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UG ‘PF 보증’ 문턱 낮춘다더니… 승인 비율은 10%도 못 미쳤다

심윤지 기자 2024. 1. 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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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 발표 후 보증 승인 비율이 10%를 밑돌면서, 발표 전보다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행사들의 신청건수는 늘어난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실제로 보증을 발급한 건수는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장 낮은 현장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인데, 최근에는 부동산 PF 위기를 대하는 정부 기조 자체도 ‘사업장 지원’에서 ‘옥석 가리기’로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서울 성수동2가의 태영건설 공사 현장이 지난달 29일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김창길기자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PF 보증 승인 비율은 발표전(1~9월) 9%에서 발표 후(10~12월) 7%로 오히려 줄었다. 발표 전에는 전체 109건 중 10건이 승인된 반면, 발표 후에는 154건 중 11건이 승인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9월26일 ‘주택공급 활성화방안’을 통해 HUG의 보증규모를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하고 심사기준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땅만 사놓고 은행권에서 본PF 대출을 받지 못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업장들에 정부가 보증을 서줌으로써 ‘막힌 돈줄’을 풀어주겠다는 취지였다.

“부실 건설사들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향후 2~3년 내 주택공급 감소가 집값 상승과 국민들의 주거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정부의 PF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도 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부동산 PF 대출보증 현황. 김덕기 기자

정부 발표 이후 PF 보증 신청건수는 지난해 10월 63건, 11월 57건, 12월 34건으로 10~12월 월평균 50건에 달했다. 발표 전 월평균(12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월 1~3건을 오가던 승인건수는 11월 한달 8건으로 늘었다가, 12월엔 다시 2건으로 내려앉았다. 사실상 공급대책 발표 직후 한 달만에 ‘원상복귀’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청에서 승인까지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승인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심사 기간을 1개월 반으로 단축하겠다고 한만큼, 추가 승인 건수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대출보증 확대와 함께 지난 10월 신설된 미분양 PF 보증 역시 현재까지 매입실적이 0건에 그치고 있다.

공공기관인 HUG가 사업성 낮은 현장에 PF 대출 보증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있다. HUG가 발급하는 PF 대출 보증은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HUG가 사업 주체를 대신해 PF 대출을 은행권에 전액 상환해주는 ‘지급 보증’ 형태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정부가 보증한 PF 사업장이 부도가 났을 경우 그 손실을 HUG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결국은 HUG도 시행사가 얼마나 든든한 시공사를 데려왔는지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몇년 사이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다보니 대부분 PF 현장에선 시공사 찾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군 건설사’였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PF 위기가 본격화되자 정부나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박상우 신임 국토부장관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기본 원칙은 옥석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악성 사업장은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HUG 보증을 발급받더라도 은행권에서 본PF 대출을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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