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COP29 의장도 화석연료 기업 출신 지명

강한들 기자 2024. 1. 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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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의 생태 및 천연자원부 장관이자 이전에 국영 석유 회사인 SOCAR의 임원이었던 무크타르 바바예프(우측)가 지난해 2월 23일 바쿠의 한 시멘트 공장을 방문했다. AFP

화석연료 기업 출신 인사가 올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될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의 의장이 됐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UAE 국영 화석연료 기업의 회장을 겸임하는 술탄 알 자베르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의장을 맡아 논란이 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생태·천연자원 장관을 COP29 의장으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면 바바예프 장관은 1994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4년 4개월 동안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가스 기업 소카에서 일했다.

바바예프 장관은 소카의 생태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며 화석연료 채굴로 인한 아제르바이잔 토양 오염 복구를 감독하는 역할도 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바바예프 장관은 2008년 부사장으로 일할 당시 토양 오염 복구에 대한 국제회의를 열며, 급격한 유가 하락이 ‘토양 오염 복구’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대규모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미국 국제무역청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은 2022년 국내총생산(GDP)의 47.8%, 수출 수익의 92.5% 이상을 석유, 가스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2021년 영국 석유회사 BP가 낸 ‘세계 에너지 통계 검토’ 보고서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은 2조500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제르바이잔은 2022년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규모를 2배로 늘리기 위해 EU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천연가스는 석탄, 석유만큼은 아니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후과학자들은 이미 설치된 화석연료 생산, 소비 인프라를 이용하기만 해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제한(달성 확률 50%)하기 위한 탄소 예산을 초과한다고 본다.

연구를 보면 화석 연료의 생산, 소비를 위한 기존 인프라의 수명 동안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5도 목표(달성 확률 50%)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이미 넘어서 있다. 보고서 갈무리(자체 번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이 깊은 인사가 COP의 의장이 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OP28 의장이었던 술탄 알 자베르 장관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화석 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이나 시나리오는 없다”라고 말했던 게 당사국총회 도중 알려져 논란이 됐다. UAE가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화석연료를 거래하려다 들통나기도 했다. 알 자베르 장관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합의한 COP28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이끄는 UAE 국영 석유 기업 ADNOC이 화석연료 생산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DNOC이 화석연료를 효율적으로 추출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다.

저명한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E. 만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교수는 그의 X(옛 트위터) 계정에 7일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의 절차와 리더십 구조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때”라며 “이런 부패 패턴이 계속되기에는 (기후 위기로) 너무 많은 것이 위태롭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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