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태영건설···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 주목

박채영 기자 2024. 1.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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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을 신청한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의 7일 모습. 권도현 기자

당초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수순으로 예상됐던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은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이 채권단 눈높이를 충족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오너 일가의 진정성 있는 사재출연 등이 워크아웃을 향한 급선무 과제로 꼽힌다.

태영그룹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자구안에 대해 내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태영그룹에 채권단이 만족할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티와이홀딩스 측은 내부적으로는 막판 고심을 계속하면서 당국 및 채권단 등과 물밑에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건은 티와이홀딩스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원을 해결하는 문제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마저 태영건설 지원에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은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업은행 등에 약속한 4가지 자구안 중 첫 번째였다. 하지만 태영그룹은 1549억원 중 890억원은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의 연대채무를 상환하는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은 연대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태영건설에 대한 지원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외에도 태영그룹이 약속한 4가지 자구안 중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남은 3가지 자구안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약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그룹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를 활용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금융당국도 태영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SBS가 아니라면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을 이용한 자구안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티와이홀딩스는 상장법인이고 지분의 상당 부분을 오너 일가가 갖고 있다”며 “복잡한 방송법적 제약이 있는 SBS가 아니더라도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일가의 추가적인 사재 출연 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오너 일가가 앞서 내놓은 484억원 규모의 사재 출연도 채권단 입장에서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티와이홀딩스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본인 몫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공시를 통해 윤 회장이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지원하지 않고 티와이홀딩스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책임 분담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채권단은 윤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를 484억원이 아닌 68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부동산 경기 악화 국면에서 정상화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태영그룹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보다는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 등에 신경을 쓰면서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SBS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오는 11일에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금액 기준으로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워크아웃 개시를 할 수 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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