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반도 대피소도 꽉 차…95살 엄마와 비닐하우스서 눈 올까 걱정

김소연 기자 2024. 1. 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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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심장도 안 좋고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 이후 '비닐하우스'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73살 된 딸은 누워 있는 95살 노모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현재 이시카와현에서만 와지마시 1만2506명, 스즈시 7122명 등 14개 기초자치단체 약 370곳의 대피소에서 3만733명이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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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식량 부족, 감염병 환자도 나와
사망자 126명, 부상자 560명
7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된 가운데 스지시에서 소방관들이 비를 맞으며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어디 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심장도 안 좋고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 이후 ‘비닐하우스’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73살 된 딸은 누워 있는 95살 노모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7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근처 농업용 비닐하우스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 머무는 이들은 11명으로 모종 바구니와 합판 등을 겹친 뒤 깔아둔 담요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병이 있는 노모가 오래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60대 피난민은 “어제 겨우 전기가 연결됐다. 밤에 추워서 옷을 여러 벌 입고 담요를 덮는다. 오늘 밤부터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가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토반도 강진이 이날로 일주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대피소로 몰려든 3만여명의 피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시카와현에서만 와지마시 1만2506명, 스즈시 7122명 등 14개 기초자치단체 약 370곳의 대피소에서 3만733명이 생활하고 있다.

7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된 가운데 와지마시 한 대피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추운 날씨에 물과 식량이 부족하고, 한데 모인 사람들이 잘 씻지 못하니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6일 와지마시 한 대피소에서 70대 여성이 고열·구토로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선 5일 저녁부터 설사·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다. 독감과 코로나19 환자도 나왔다. 약 160명이 있는 한 대피소에서 3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격리됐다. 마쓰모토 데쓰야 국제의료복지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대피소는 사람들끼리 거리가 가까워, 독감이나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이 퍼질 수 있다”며 “화장실을 통해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성 위장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도 감염증이 큰 문제가 됐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극적인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강진 6일째인 6일 오후 8시20분께 스즈시의 한 무너진 주택에서 90대 여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진 발생 이후 구조의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72시간을 넘어선 약 124시간 만의 구출이었다. 이 여성은 다리를 다쳤지만 대화도 가능할 정도로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후에도 무너진 집에서 80대 여성이 구조됐다

새해 첫날인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 접어든 가운데 지정된 대피소가 부족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K 방송 갈무리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20여명을 넘어섰다. 엔에이치케이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와지마시(69명), 스즈시(38명) 등 이시카와현에서만 사망자 126명, 부상자 560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진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감염병 등 피난 생활로 인한 ‘관련사’를 포함해 276명이 숨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222명에 달하고, 와지마시에서만 사람이 건물에 깔려 있다는 신고가 1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수(약 6만6천 가구)와 정전(약 2만3천 가구)도 계속되고 있다.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세 지사는 6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재해다. 노토를 구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모든 직원들은 재해 대응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경찰·자위대가 총력을 다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지만, 7~8일 비·눈이 예보돼 있어 구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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