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시기 옛말… 게임 취업시장 `급랭`

김영욱 2024. 1.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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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비용 효율화 추구...인력 수급 보수적
서비스 종료·법인 정리...고용불안·취업 시장 경쟁 ↑
수요 증가 중인 AI는 진입 장벽 존재..."지원조차 못해"
픽사베이 제공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개발자 연봉 인상 러시의 시작점이었던 게임업계의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감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특수가 사라지면서 게임업계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보니 서비스 종료와 법인 정리가 잇따르면서 개발자들이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력자들이 취업 시장에 다시 나오면서 경력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7일 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게임업계에 일할 사람은 많고 뽑는 기업은 찾기 힘든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할 사람은 부족하고 뽑는 기업은 많던 분위기가 불과 1~2년 만에 180도 바뀐 것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은 공개 채용에서 상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해, 필요할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다.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다 보니 뽑고 나서도 한참 키워야 하는 신입보다 바로 게임 신작과 기존 서비스 업데이트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뽑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최근 실적 개선을 위해 신작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이미 게임을 개발해본 인력을 쓰는 게 효과적이다. 게임잡 등 주요 채용 사이트에는 신작 프로젝트와 기존 서비스에 필요한 채용공고를 확인할 수 있는데, 다수 게임사가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경력 무관의 경우 단기 계약직 형식으로 주로 모집한다. 게임 개발자들의 일자리 질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기업이 문을 닫거나 게임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라이언 게임즈는 최근 '소울워커' 개발진 60명 전원을 권고사직 처리하고, 서비스가 이관되는 밸로프와 인력 등을 포함한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도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내달 15일자로 정리한다. 이에 따라 '트릭스터 M', '프로야구 H' 등이 서비스 종료되며 소속 직원 70명은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상태다. 다른 기업들도 희망퇴직을 받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는 가운데 연봉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연봉 인상이 쉽지 않아진 가운데 복지가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IT 개발자 A씨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구조조정, 법인 정리 등 뉴스가 나올 때마다 활발한 대화가 오간다"며 "일부는 아예 기존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군으로 전환해 신입으로 취업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최근 연봉 협상에선 연봉 액수뿐만 아니라 근무환경, 워라밸, 개발 문화 등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며 "개발자의 행복과 생산성을 고려한 유연한 근무 시간, 교육 기회, 업무의 자율성 등이 중요한 협상 이슈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경력자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력 있는 이들이 '중고 신입'을 노리면서 IT업계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의 기회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B씨는 "제조기업들은 지방에 본사가 많은데 IT기업들은 서울이나 판교에 많이 있고, 재택근무 같은 근무방식이 좋아 보인다"면서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하면서 돈과 성취감 둘 다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최근 웹 개발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AI(인공지능) 붐이 일고 전 산업군에서 AI 도입에 나서면서 관련 개발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I는 데이터 처리, 머신러닝 모델, 알고리즘 최적화 등 특화된 기술을 요구해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과 차이가 있다. 여기에다 AI를 활용한 로코드·노코드 개발 흐름이 개발자들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현직 개발자 C씨는 "AI 경험이나 스킬이 있으면 채용에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경험과 기술의 깊이가 중요하다"며 "AI 전문 회사가 아니더라도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고, 당장 우리 회사도 AI 기반의 개인맞춤 추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IT 인재들이 AI 분야에 도전하는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B씨는 "지원이 석사부터 가능해 지원조차 못한 곳이 많다. 학사는 '캐글' 같은 대회 수상경력이라도 있어야 어필이 가능할 것 같다"며 "AI는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막막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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