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증가하는 인구, 모두 외국인”…생존 위해 ‘이주민’ 벽 허무는 전남

강현석 기자 2024. 1. 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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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의 한 운동장에서 이주 노동자 등 이주민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암은 인구의 15%가 외국인이다. 영암군 제공.

전남 영암군은 지난달 이주 노동자 116명에게 1인당 60만원씩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했다. 노동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우수한 노동자들이 찾아와 정착할 수 있게 ‘벽’을 허무는 시도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현금성 지원금을 지급한 곳은 전국에서 영암군이 처음이라고 한다. 인구 100명 중 15명이 외국인인 영암에서는 이들이 지역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는 전남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인 이주민 정책을 펴고 있다. 단순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라남도는 올해 전국 17개 광역 시·도중 처음으로 이주민 정책을 전담하는 ‘인구청년이민국’(이민국)을 출범시켰다. 도청 고위 공무원인 3급 부이사관이 국장을 맡는 3개과 규모의 이민국에는 이민정책과가 신설됐다.

도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이주민 정책’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남도는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로 22개 시·군 중 18개 시·군이 지역소멸위험 지역이다.

전남도 인구는 2018년 188만3000여명에서 2023년 180만4000여명으로 8만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19∼39세 사이 청년 인구가 매년 8000명 안팎씩 수도권과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늘어나는 인구는 외국인이다. 2018년 3만3042명에서 지난해 4만6767명으로 41.5% 증가했다. 이주민이 없었다면 전남 인구는 더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두 번째로 외국인 비율이 높은 영암에서는 이주민들이 지역 사회의 큰 축이다. 전체 인구는 2018년 5만4731명에서 지난해 5만2350명으로 감소했지만, 외국인 주민은 3972명에서 8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영암의 외국인 비율은 2018년 7.3%였지만 2023년에는 15.3%까지 높아졌다. 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30대가 41%로 가장 많고, 20대 31%와 40대 16%가 뒤를 이어 대부분 청년층이다.

영암군은 이들의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해 지난해 5월 ‘외국인주민 지원센터’를 열었다. 이주민이 많은 대불산단에서는 기숙사도 제공하는데 입주율이 100%다. 군청 행정에 이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8개국 출신으로 ‘모니터링단’도 운영한다.

나주시는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워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을 위해 광주·전남지역 첫 ‘외국인 진료센터’를 설립한다. 시에서 10억원 예산을 들여 폐원된 병원을 응급의학과·내과·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물리치료센터 등을 갖춘 종합병원급 진료센터로 바꾸고 있다.

외국인 진료센터는 올해 상반기 개소할 예정이다. 이 센터에서는 이주 노동자나 결혼이민자 등 이주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역 시스템 등을 갖추게 된다.

장헌범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외국인을 지역에 정착시키는 ‘선제적 이주민 정책’은 이제 지역 생존의 문제”라면서 “지역 소멸 위기에서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권한을 갖고 이주민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중앙정부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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