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화성까지’ 초음속으로 쏠 로켓 엔진 등장 초읽기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1.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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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회전 폭발 로켓 엔진(Rotating Detonation Rocket Engine∙RDRE)’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NASA]
지구에서 화성까지 평균거리는 약 2억2500만km에 이른다.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때가 약 5600만km인데 이때 시속 100km로 달려서 화성에 닿으려면 약 64년이나 소요된다. 다행히 우주선의 속도는 이보다 빨라서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300일 가량 걸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시간을 더 단축하려고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2029년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고 발표하는 등 인류의 화성 탐사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주선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첨단 로켓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앨라배마주 NASA 마샬 우주비행센터에서 ‘회전 폭발 로켓 엔진(Rotating Detonation Rocket Engine∙RDRE)’을 시험해 251초 동안 5800파운드(약 2630kg)의 추력을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RDRE는 NASA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엔진이다. 기존의 로켓 엔진과는 크게 다른 추진 원리를 갖고 있다. 기존 로켓 엔진은 연소실에서 연료와 산화제가 혼합돼 연소되면서 고압, 고온의 가스가 생성된다. 이 가스는 노즐을 타고 배출돼 추력을 만들어낸다.

반면 RDRE는 연료와 산화제가 원통형 실린더 안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연료와 산화제 혼합물이 연소되면서 실린더 안에서는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로 인해 파동이 일어나고 연료와 산화제 혼합물을 더 압축시키고 가열하며 효율적인 연소과정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기존 로켓 엔진에 비해 연료 효율을 25% 가량 높일 수 있다. 현재 이론상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로켓 엔진이다.

추진력 역시 강하다. 연료와 산화제 혼합물이 더 압축되면서 초음속의 연소가 엔진에서 일어난다. 이 때문에 추진력이 기존 로켓보다 높다. 또 하나의 장점은 엔진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RDRE는 연료 연소과정이 거의 즉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들어가는 부품이 적다. 이 때문에 엔진이 가벼우며 부피도 적다. 작고 단순하지만 현재까지 등장한 로켓 엔진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내는 셈이다. 이는 우주로 가는 것이 더 저렴해지고 더 먼거리를 탐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우주선을 상상도로 나타냈다. [사진=픽사베이]
다만 RDRE가 실용화되려면 엔진 내부의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열화되지 않는 극한의 조건을 견뎌야 하는 등의 관문을 넘어야 했다. NASA의 이번 실험은 이를 입증한 것으로 지난해 1월 60초 가량 RDRE 점화에 성공한 후 연이어 이뤄낸 성공이다. NASA 관계자는 “RDRE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로켓 기술을 이끌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실험 성공으로 RDRE의 실용화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NASA는 이번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RDRE를 고도화해 1만 파운드(약 4535kg)의 추력을 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RDRE 제작 때 3차원(3D) 프린팅법을 도입하고 재활용 기술도 접목해 우주개발의 비용 효율성을 지속해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RDRE 개발에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일본, 중국 등도 열을 내고 있다. 세계 최초의 RDRE를 단 드론, 50kg 추력의 우주 로켓 등이 속속 등장 중이다. 각국이 RDRE 같은 첨단엔진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주 로켓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라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우주 로켓 개발 외에도 위성이나 탐사선 등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첨단엔진은 정밀기계 산업의 정점으로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함정∙헬기용 엔진 기술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산업용 발전기나 압축기 기술에도 확장할 수 있으며 관련 공급망 구축을 통해 초정밀 기계 및 가공기술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RDRE 외에 핵 에너지를 이용한 첨단엔진도 개발되고 있다. ‘열핵 추진’이란 기술인데, 이 기술은 연료를 연소시키지 않아 산화제가 필요 없다. 수소 등의 유체를 원자로에서 높은 온도까지 가열한 다음 이를 고속으로 로켓 노즐로 폭발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핵 연료는 화학 엔진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아 더 적은 연료로 더 높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플라즈마를 활용하는 방식, 입자 가속기에서 생성되는 반물질을 활용하는 방식의 로켓 엔진 등이 제시된다.

한국은 차세대 로켓 엔진으로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을 개발 중이다. 다단연소사이클은 엔진 밖으로 터빈가스를 버리지 않고 터빈을 돌려준 가스를 다시 연소기에 넣어 연소하는 원리를 지녔다. 누리호에 달린 가스발생기 엔진보다 연료 효율이 10% 높아지고 검댕이 묻어 발생하는 성능 저하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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