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절뚝’…완전 범죄 꿈꿨던 다방업주 연쇄살해범, ‘독특한 걸음걸이’에 덜미 잡혀 [사건수첩]

고양·양주 다방업주 2명 살해 혐의, 5일 강릉서 붙잡혀
피의자 50대 이모씨 7일 오후 고양지원서 영장 실질심사
“약하고 무시당하는 생각 들어…강한 모습 보여주려 범행”
경찰, 가게 안을 뒤지는 CCTV 영상 확보…강도살인 적용

경기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이모(57)씨가 도주 엿새 만인 지난 5일 체포됐다. 지난달 30일 첫 범행 이후 옷을 바꿔 입고 현금만 쓰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다니던 이씨는 절뚝이며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 업주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 모 씨가 지난 5일 강원도 강릉에서 검거돼 6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는 이씨에 대해 살인과 금품을 훔친 혐의(강도살인)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금전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해친 강도살인죄가 적용되면 훨씬 중하게 처벌받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4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진행된다.

이씨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7시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지하다방에서 혼자 영업하던 6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5일 오전 8시30분쯤에는 양주시 광적면에 있는 건물 2층 다방에서 업주인 6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직후 고속버스를 타고 강원 강릉시로 향했으나 당일 오후 10시45분쯤 강원 강릉시의 한 재래시장에서 검거돼 일산 서부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의 초기 수사에서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여죄에 대해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전과 5범 이상으로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이후 가게 안을 뒤지는 등 금품을 훔치려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아울러 두 사건의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과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의 정밀 감식을 벌여 두 곳에서 발견된 지문이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이곳에서 5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방만 노린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씨가 과거에도 여성 혼자 있는 다방에서 돈을 훔치는 등 절도 전과가 있어 유사한 범행 장소를 다시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면서 스스로 약하다고 느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술만 먹으면 강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고양에서 범행 후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 양주와 서울 등을 돌아다니다가 강원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도주 중 지난 2일 오후 6시30분쯤에는 파주시의 한 주점에서 무전취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도면밀하게 행동한 이씨의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CCTV에 찍힌 독특한 걸음걸이 덕분에 행적을 찾아냈다. 5일 오전에는 그가 강릉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시 동서울터미널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CCTV 영상에서 목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주일가량 추적하며 영상 속 (이씨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눈에 익혔다”면서 “강릉 재래시장에서 지나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곧바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고양=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