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KIA 윌 크로우 100만 달러 영입… 평균 151㎞ 파이어볼러 입성, 외국인 에이스감 찾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던 KIA가 장고의 첫 작품을 내놨다. KBO리그에서는 최고 수준의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윌 크로우(30)가 KIA의 첫 선택이었다. 미국 투수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강하게만 한 시즌을 치른다면 외국인 에이스로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KIA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새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Wil Crowe)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다.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상한선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KIA는 ‘미국 테네시주 킹스턴 출신인 윌 크로우는 우완 투수로 신장 185㎝, 체중 108㎏의 체격을 지니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마이너리그(이하 트리플A)에서 5시즌 동안 활동했다’고 설명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에 출장해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75경기(선발 59경기)에 나서 21승 1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 25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전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5경기에 출장,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17경기(선발 3경기)에 나서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영입을 진두지휘한 심재학 KIA 단장은 “윌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 투수로, 최고 구속 153㎞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IA는 2023년 시즌을 마무리했던 두 외국인 투수와 모두 결별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었다. 마리오 산체스는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고, 산체스는 다시 대만으로 돌아갔다. 토마스 파노니는 보험용으로 보류선수명단에 넣었으나 파노니가 최근 미국 유턴을 선택하면서 두 외국인 투수를 모두 새로 뽑아야 하는 제법 만만치 않은 난제에 부딪혔다.
하지만 외국인 에이스급의 ‘스펙’을 갖추고 있는 크로우를 영입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크로우는 KIA가 찾고 있던 ‘우완 구위파’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고, 메이저리그 경력도 제법 화려하다. KIA는 크로우와 짝을 이룰 또 다른 투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다음 주에는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올스타와 트레이드됐던 그 선수… 선발 보장에 끌렸나
크로우는 어린 시절부터 미래가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2017년 워싱턴의 2라운드(전체 65순위)라는 상위 지명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선발 유망주로 뽑혔고, 실제 워싱턴도 크로우를 선발 투수로 키우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경기에 나갔다. 마이너리그 단계는 비교적 수월하게 밟은 편이었다.
그런 크로우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한 차례 트레이드를 거친다. 2020년 12월 25일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된 것이다. 피츠버그는 주전 1루수였던 조시 벨을 워싱턴으로 보내는 대가로 크로우를 받았다. 물론 벨이 당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벨을 잡기 어려웠던 피츠버그의 재정 상태를 고려한 측면도 있었다. 다만 벨의 당시 성적을 고려하면 피츠버그 또한 크로우의 잠재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벨은 2019년 143경기에서 타율 0.277, 37홈런, 1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6을 기록한 올스타 선수였다. 피츠버그 타선을 이끌어가는 간판 타자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 벨을 보내는 대가로 점찍은 선수가 바로 크로우였다. 피츠버그는 크로우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 2021년 곧바로 선발로 기용했다.
크로우는 2021년 26경기(선발 25경기)에 나가 116⅔이닝을 던지며 4승8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했다. 뭔가 기회를 더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이후 2022년에는 불펜으로 돌았다. 60경기에 나가 6승10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며 나름 피츠버그 불펜에서는 핵심적인 몫을 수행했다. 2023년도 역시 그 정도의 임무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시즌 초반인 4월 말 어깨 통증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사실상 시즌을 날렸다. 크로우는 재활 이후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거쳐 후반기에 복귀했으나 데이비드 베드나와 젊은 불펜 투수들 위주로 완전히 재편된 피츠버그 불펜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5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66에 머물렀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14경기(선발 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에는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재타진하기도 했다.
크로우는 시즌 뒤 방출됐고, 이에 메이저리그 구단 및 일본 구단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크로우의 최종 선택은 KIA였다. 일본 구단들은 크로우를 선발로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력도 떨어졌다. 미국에서 크로우를 선발로 쓸 구단은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KIA에서는 선발 자리가 보장됐다. 선발 유망주로 큰 크로우로서는 한국에서 선발로 기량을 인정받은 뒤, 에릭 페디처럼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가질 법했다. ‘선발 보장’이라는 조건이 KIA로서는 내세울 만한 무기가 됐던 것이다.
◆ 평균이 151㎞다, 구위는 KBO리그 최정상급
크로우는 선발로 육성됐던 선수인 만큼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비교적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크로우가 선발로 뛰었던 2021년 기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크로우는 2021년 당시 포심패스트볼(34.9%), 슬라이더(24.7%), 체인지업(18.2%), 싱커(11.7%), 커브(10.5%)까지 5가지 구종을 다양하게 던졌다. 역시 가장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는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고, 포심의 평균 구속이 무려 93.7마일(150.8㎞)에 이르렀다. 마음 먹고 던지면 95마일(153㎞)을 넘기는 공도 자주 보였다.
크로우는 슬라이더를 우타자 바깥쪽으로 잘 구사한다. 포심도 역시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추고 있다. 전형적으로 우타자를 잡아내는 포심과 슬라이더 조합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다양한 높낮이에 떨어뜨리는 편이다. 여기에 2023년부터는 스위퍼도 던지기 시작했다. 어깨 부상이 있었기는 했지만, KIA도 나름대로 철저히 메디컬 테스트를 한 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을 법하다.
아직 신체 능력이 떨어질 나이는 아니다. 이 때문에 평균 150㎞에 이르는 포심패스트볼의 위력 자체는 좋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게 빠른 구속이 아니지만, KBO리그에서는 평균 150㎞ 그 자체로도 큰 무기가 된다. 포심 제구가 그렇게 날리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우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슬라이더‧체인지업의 결정구 콤보도 괜찮다. 스위퍼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KBO리그에서는 슬라이더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외국인 투수를 꼼꼼하게 관찰한 KIA는 크로우를 내심 외국인 에이스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최근 2년은 불펜에서 뛰었지만 선발 경력이 나름 풍부한 편이고, 경기 운영 능력도 있다. 근래 들어 볼넷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우타자 바깥쪽으로 도망가다 늘어난 감이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조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어깨 부상 경력이다. 지난해 세 달 정도를 어깨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크로우는 경력에서 부상이 그렇게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투수들에 비하면 건강한 축에 속했다. 워싱턴 시절부터 선발 유망주로 컸기 때문에 이닝 소화를 밟아가는 단계도 비교적 체계적이었다. 하지만 2022년 60경기에 나가 잦은 등판을 했고, 결국 2023년 어깨 쪽에 문제가 생겼다. 2~3달 결장이면 분명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KIA도 크로우의 어깨를 집중적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테스트 절차가 꽤 오래 걸린 이유다. 미국 현지에서 온 필름을 구단이 꼼꼼하게 보며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있는지를 판단했다. 다만 일단 경력 전체에서 부상이 많은 건 아니고, 지난해 어깨 부상을 털어낸 뒤 등판도 있었다. KIA는 어깨 부상 후 투구 내용까지도 면밀하게 분석했을 것이고, 이에 결론적으로 영입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KIA는 5위에 만족할 수 있는 팀이 아니며,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래도 다소간의 모험을 해야 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크로우는 어깨 부상 경력이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뛴다면 한 경기를 잡아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구위를 갖췄다. KIA가 크로우를 외면하지 못한 이유로 보인다.
◆ 외국인 한 자리도 총력전, KIA는 인내심 있게 본다
한편 KIA는 크로우와 짝을 이룰 다른 외국인 투수 영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외국인 투수 덕을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KIA는 이닝을 많이 잡아줄 수 있는 투수를 원했지만, 모두 각자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외국인 투수 영입전도 그래서 구단의 사활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한 좋은 후보를 추리고,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 있게 기다린 결과가 크로우의 영입이었다.
나머지 한 선수 역시 꼼꼼하게 기량 및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당초 크로우와 비슷한 시기에 한 투수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어느 정도의 구속을 갖춘 우완 파워피처형에 가까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IA가 찍은 선수가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최근에는 “이전에 낙점했던 선수 외에 새 선수를 다시 찾으면서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KIA도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한 선수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당초 일괄발표 예정에서 크로우만 먼저 발표하면서 한 선수를 더 채우는 작업에 차질이 있었음을 유추하게 하고 있다.
KIA가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있었지만, 이 리스트에 있던 선수들 상당수가 미국 구단과 계약하거나 KIA가 최종적으로 포기한 선수들이다. 혹은 계약 조건이 맞지 않는다. 이에 새롭게 선수들을 리스트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시간이 지체된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KBO리그 구단들이 모두 외국인 투수를 확정한 상태라 KIA는 경쟁에서는 자유롭다. 일본 구단은 선발보다는 불펜 투수를 보고 있다. 이에 KIA도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외국인 시장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늦은 것, 최대한 좋은 투수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크로우를 데려온 것은 구단에 큰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다.
KIA는 2022년에는 션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두 선수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기량 미달이었다. 공만 빨랐을 뿐 전체적인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은 트리플A급보다 안 됐다. 10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89에 그친 끝에 이견이 없는 퇴출 조치됐다. 놀린은 건강할 때는 잘 던지는 투수였지만 부상 전력이 많았던 선수답게 시즌 중반 장기간 빠져 팀에 큰 해를 끼쳤다. 2022년 24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KIA가 원했던 이닝이터는 아니었다.
2023년은 이닝이터를 찾겠다는 생각 속에 파워피처형 투수인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를 영입했으나 두 선수 모두 동반 퇴출됐다. 제구 문제가 도드라진 메디나는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5로 부진했고,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앤더슨도 14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3.76으로 시즌 초반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앤더슨은 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투수라 KIA도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성적 압박 속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크로우와 새 외국인 투수가 이를 만회해야 한다.
KIA는 일단 토종 선발 로테이션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진다. 양현종은 지난해 29경기에서 9승11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전성기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71이닝을 던지며 양현종다운 자존심을 지켰다. 제구 이슈에 고전한 이의리는 28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제구만 잡히면 리그 최강의 좌완 파이어볼러다. 올해는 스텝업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윤영철도 25경기에서 122⅔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04으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뽐냈다.
다만 이의리와 윤영철은 아직 변수가 있고, 양현종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후반으로 가고 있다. 양현종은 리그에서 가장 든든한 이닝이터지만, 사실 이제부터는 소화 이닝이 언제든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KIA도 양현종의 투구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윤영철은 고졸 2년차다.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에도 제법 많은 이닝을 던진 만큼, 올해는 그 이닝에서 확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이의리는 지난해 28경기에서 131⅓이닝 소화에 머물렀다. 제구 기복이 있어 경기마다 이닝 편차도 있었고, 6이닝 이상 긴 이닝을 던진 경기도 많지 않았다. 올해는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일단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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